한국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올 2분기 일시휴직자수가 전년 동기 대비 73만명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분기에 7만명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10배 많은 수치다. 한은은 또한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일시휴직자가 향후 고용회복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최근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시휴직자 안정화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3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 일시휴직자 현황 및 평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시휴직자가 크게 증가했다가 최근 증가폭이 둔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일시휴직자수는 지난 3월 161만명으로 사상 최대수준을 기록했다가 5월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7월에는 69만명으로 감소했다.
또한 일시휴직자와 36시간 미만 근로자는 급증한 반면 36시간 이상 근로자는 크게 감소했다. 취업자 상당수의 근로시간이 줄었거나 일시휴직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연초 코로나19 확산 시에도 기업의 경기 대응과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 정책으로 기업들이 해고보다는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일시휴직 제도를 많이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일시휴직은 경제 위기 시마다 단기적으로 크게 늘어났는데, 이번 증가폭은 과거 위기 시와 비교하더라도 이례적으로 큰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3분기 일시휴직자는 전년 동기 대비 12만명 증가했으며,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분기에는 7만명 증가했지만,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는 각각 46만명, 73만명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올 상반기를 통틀어 일시휴직자는 전년 동기 대비 59만5000명 증가했다.
한은은 “외환위기 시에는 기업도산이 대량해고로 이어지면서 일시휴직자보다는 실업자가 대거 양산된 데 비해 이번 위기시에는 감염병에 따른 조업중단 등으로 실업보다는 일시휴직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3월 이후 대면 업무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일시휴직자수가 급증했다. 일시휴직자 증가의 90% 이상이 서비스업에서 발생하였는데 서비스업 내에서도 재택근무가 어렵고 대면업무 비중이 높은 숙박·음식, 교육, 예술·스포츠·여가 등에서 일시휴직이 크게 증가했다.
직업별로도 대면접촉이 많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단순노무, 서비스, 판매직 등에서 일시휴직자가 대량 발생했다. 성별로는 여성, 연령대별로는 청년층(15~29세), 고령층이 일시휴직자 증가를 주도했다.
이는 임시직 가운데 여성의 비중이 60.5%(2019년 기준)로 과반을 차지하고, 산업별로도 보건복지(2019년 여성 취업자 수 비중 81.7%), 교육(67.1%), 숙박음식(62.1%) 등에서 여성 비중이 매우 높은 점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또한 일시휴직자수 변동은 경기·실업자 수 변동에 선행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은은 “이는 기업이 경기국면 전환 시 즉각적인 채용·해고보다는 노동투입 시간 조정을 통해 우선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기업은 경기수축시 해고보다는 일시휴직을 우선적으로 활용하고 경기회복시에는 신규채용보다는 일시휴직자를 우선 복귀시킴으로써 경기변동에 대응한다”고 했다.
또한 “최근의 일시휴직자 급증은 향후 신규채용 등 전반적인 고용개선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한은은 복직률이 과거 평균 수준(2017~2019년 월평균 42% 추정)을 유지할 경우 일시휴직자수가 단기에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재확산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3~4개월 정도면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은은 최근 코로나19의 국내 재확산이 일시휴직자수의 안정화 속도를 느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일시휴직자는 향후 고용회복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시휴직자 가운데 일부가 실업자로 전환될 수 있는 데다 최근 코 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인해 일시휴직자의 복직이 지연되고 기업의 신규채용도 축소·연기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취업자 수의 빠른 개선도 제약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더욱이 일시휴직에 따른 임금하락이 가계소득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시휴직자의 증가는 가계소비를 제약하는 한 가지 요인으로도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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