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초래된 경제위기 속에서 올해 한국은 경제성장률이 0.8% 하락에 그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나은 성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한 경제팀이 긴급재난지원금과 세 차례에 걸친 추가경정예산, 각종 지원책 등을 통해 경제위기에 발빠르게 대응한 덕분이다.
홍 부총리는 OECD의 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방역뿐만 아니라 경제에 있어서도 우리가 가장 선방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눈부신 경제성과 뒤에는 막대한 재정적자와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가채무라는 그림자도 존재한다. 한 번 늘어난 채무는 다시 줄어들기 어렵기 때문에 후대에 큰 빚으로 남을 것이란 점에서 경제팀의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홍남기 경제팀, 과감한 재정투입…경제성장률 ‘세계 1위’ 성과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세계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 것은 정부의 발빠르고 과감한 재정투입 덕분이다. OECD도 성장률을 상향하며 “한국 정부는 추가 재정 지원을 실시해 코로나19 위기에 적절히 대응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정부는 1월 코로나19 발병 이후 8월까지 국내총생산(GDP)의 14.4%에 달하는 총 277조원의 경기부양책으로 대응했다. 코로나19로 가계경제가 휘청하자 14조3000억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했다. 기업,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을 위해 무려 세 차례에 걸친 추경을 통해 총 59조원의 추가 재정도 투입했다.
그 결과 OECD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당초 -1.2%에서 -0.8%로 상향 조정했다. 2차 확산을 가정한 성장률 전망치도 -2.5%에서 -2.0%로 수정했다. 미국, 유럽 주요국을 제치고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 가장 나은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이는 성공적인 K-방역과 함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 차원의 과감한 대응이 빛을 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막대한 재정투입, 빚더미으로 돌아와…경제팀 숙제로 남아
경제성장률 1위가 경제팀의 ‘빛’이라면 늘어난 채무는 ‘그림자’다. 경제위기로 인해 세입이 줄어든 가운데 위기극복을 위해 무리하게 재정을 끌어 쓰다보니 재정건전성이 악화됐다는 점이다.
지난 9년 동안 30%대를 유지했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40%(3차 추경 기준 43.5%)를 훌쩍 뛰어넘었다. 한 번 무너진 재정방어선은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나 2021년 46.7%, 2022년 50.9%로 상승한 데 이어 2024년에는 58.3%에 달한 것으로 전망됐다. 국가채무비율이 30%에서 40%로 상승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면 3년 만에 40%에서 50%로 단숨에 채무비율이 급상승하는 것이다.
정부는 당장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재정을 투입한 뒤 향후 경제가 회복되면 재정건전성을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와 설명과 달리 한 번 늘어난 나랏빚은 단지 증가속도를 늦출수 있을 뿐 다시 줄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2일 정부가 발표한 2020~2060 장기재정전망 결과에 따르면 2045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9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GDP 만큼 국가채무가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반면 정부는 2045년 정점을 찍은 이후 성장률을 높이고 인구감소에 대응한 정책과 재정준칙 등을 도입하면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최대 55.1%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가상 시나리오를 밝혔다. 하지만 평생 아이 1명도 낳지 않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가속화된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인구감소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OECD도 “GDP의 3.1%에 달하는 경기 부양책을 고려할 때, 한국의 재정수지가 2019년 GDP의 0.9% 흑자에서 2020년 GDP의 약 3%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며 적자재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재정건전성 회복문제는 앞으로 경제팀의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홍 부총리는 “다소 빠른 채무증가로 재정운용 여력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이러한 점을 감안해 향후 총지출 증가율은 경상성장률 수준을 고려해 적정수준이 되도록 하는 등 중기적으로 재정건전성 관리노력을 보다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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