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억 셀프대출’ 기업은행 직원, 29채 투자수익 몰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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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9월 3일 1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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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 뉴스1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 뉴스1
IBK기업은행의 한 직원이 76억원 수준의 ‘셀프 대출’로 부동산을 대거 매입해 막대한 차익을 남겨 논란이 일고 있는데 면직 처분 외에 추가 제재나 처벌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달 31일 경기 화성시 소재 영업점에서 근무했던 A차장을 이해상충 행위 등의 사유로 면직 처리한 후 대출금 회수, 형사고발 등을 검토하고 있다.

A차장은 지난 2016년 3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가족이 운영하는 법인 등을 통해 총 29건, 76억원을 대출받았다. 그는 가족이 대표이사로 있는 법인 5곳에서 26건(73억3000만원)의 대출을 받았고, 개인사업자인 가족을 통해 3건(2억4000만원)을 대출했다. 사실상 ‘셀프 대출’을 받은 것이다. A차장은 대출받은 76억원으로 경기도 일대 아파트, 오피스텔, 연립주택을 29건의 매입해 막대한 차익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해당 직원의 이익금을 환수하는 등 강도 높은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업은행 역시 A차장에 대한 면직 처분 외에도 다른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법적 테두리 내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은행권과 법조계에선 A직원에 대한 기업은행 내부 징계 외에 추가 처벌은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선 만기 이전에 대출금 회수를 하기 위해선 기한이익상실이 인정돼야 한다. 통상 기한이익상실은 금융기관이 채무자의 신용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할 때 적용된다. A차장 가족의 대출금이 연체 등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이를 적용할 근거가 부족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한이익상실로 대출금을 회수하려면 연체가 생기거나 절차상의 중대한 문제가 있어야 한다”며 “기은이 아직 이를 실행하지 못한 것으로 봐서는 적용할 근거를 못 찾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형사 고발도 마찬가지다. 기은은 A차장을 업무상 배임 행위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지만, 근거를 찾기는 만만치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에 부실이 발생하거나 해서 기은에 손해가 발생해야 배임으로 고발할 수 있을 텐데 A차장이 기업은행에 미친 손해는 이미지 타격 정도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대출금 회수와 고발을 위한 다른 방법은 대출 절차상의 문제가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다만 은행법과 보험업법에는 소속 임직원에 대해서만 대출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매년 관련 현황을 금감원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가족에 대해선 특별한 제재 수단이 없는 상황인 만큼 A차장이 가족에게 대출을 해줬다는 것만으로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 제기되는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대해선 적용이 힘들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A차장에 대해선 도의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겠지만 다른 처벌이 가능할지는 불확실하다”며 “부당이득환수를 적용하는 데 있어도 이득자는 있지만 손실을 본 사람이 불명확하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도 A차장의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법무법인 오킴스의 엄태섭 변호사는 “은행이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불법행위를 통해 얻은 돈은 대출금 그 자체이므로 대출금만 상환하면 된다”며 “부당이득반환청구의 경우도 부당하게 얻은 돈이 대출금 그 자체이고 그 돈만 반환하면 피해가 복구되기 때문에 그 이상의 초과이익 부분을 달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송성현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 역시 “대출금으로 투자를 해서 얻은 이익을 범죄수익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고 이지은 변호사도 “중대범죄는 (수익을) 몰수할 수 있지만 이번 셀프 대출 건은 해당하지 않아 (환수가) 어렵다”고 했다.

물론 배임 등 범죄 행위가 적용돼 A차장의 이익이 범죄 수익이 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여지는 있다. 엄 변호사는 “셀프대출 행위를 배임 등 범죄행위라고 생각한다면 범죄수익은닉법상 몰수나 추징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며 “(이익금은) 국고로 환수할 가능성은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중대범죄에만 적용이 된다는 점에서 셀프 대출 건은 해당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변호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은 중대한 범죄만 적용이 된다”며 셀프 대출 건은 해당 사항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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