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기업공개(IPO) 중 최대 규모인 58조 원의 증거금이 몰린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투자의 가장 큰손은 인당 평균 3억7000만 원을 동원한 70대로 분석됐다. 20, 30대가 대출을 받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나선 가운데 저금리 속에서 노후 자산을 굴리려는 은퇴 자산가들의 돈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게임즈 IPO 공동주관사인 삼성증권이 카카오게임즈 일반 투자자 연령대별 평균 청약금액을 분석한 결과 70대에 이어 △60대 2억8000만 원 △50대 1억9000만 원 △40대 1억4000만 원 △30대 9000만 원 △20대 7000만 원 순으로 많았다. 10억 원 이상 투자자는 전체의 약 3%(4133명), 3억~10억 원 미만은 14%(1만9289명)로 조사됐다.
투자자 수와 자금, 대출 여력 면에서 자산이 많이 축적된 40, 50대의 비중이 높았다. 전체 청약 고객 중 40대와 50대는 각각 28%, 24%를 차지했다. 20대는 7%, 30대는 24%였다. 청약 증거금 비중도 40대가 23%, 50대가 28%로 조사돼 20대(4%)와 30대(13%)보다 높았다.
자산가들이 더 많은 공모주를 받기 위해 사모펀드 등을 활용해 ‘기관 청약’으로 우회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기관수요 예측에 참여한 1745곳 중 운용사는 621곳, 투자자문사 등이 포함된 기타 기관이 477곳이었다. 사모펀드 관련 기관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전체 발행 물량의 20%를 개인에, 70.49%를 기관에 배정했다. 자녀 명의를 이용한 고객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한투 청약자 중 10대 이하(657명)는 인당 평균 1억2800만 원의 증거금을 냈다.
공모주 투자 열풍이 불면서 증권사 입장에선 신규 고객 유치 성과도 거뒀다. 삼성증권은 청약 고객 중 19%가 이 회사의 신규 고객이었고, 또 다른 공동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청약자의 69.7%가 이 증권사에서 처음으로 공모주 청약을 했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 규모의 증거금이 모인 카카오게임즈의 상장 이후 주가 움직임에 따라 투자자들의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과거 공모주 주가 상승률은 크게 차이가 났다. 7월 상장한 SK바이오팜의 주가는 3일 기준으로 공모가보다 271.4% 상승했다. 청약 증거금 순위 7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72.8% 올랐다. 반면 4위를 차지했던 삼성생명은 주가가 오히려 41.5% 떨어졌다.
다른 게임 공모주들의 성적도 엇갈렸다. 2017년 상장한 펄어비스는 3일 주가가 18만4700원으로 공모가 대비 79.3% 올랐다. 같은 해 상장한 넷마블은 공모가 대비 주가 수익률이 23.9%다. 넷마블은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2015년 상장한 더블유게임즈는 공모가 대비 17.2% 오르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대표작 성공 여부와 개발력, 퍼블리싱 네트워크, 충성도 높은 사용자층이 있는지 등에 따라 게임 회사들의 주가 희비가 엇갈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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