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격 없다더니…뒷말 무성한 조현민 전무의 신규 임원 선임[떴다떴다 변비행]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3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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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조현민 전무가 9월 1일부로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의 전무로 신규 선임 됐습니다. 동시에 그룹 내 또 다른 비상장 계열사인 토파즈여행정보에 부사장으로도 신규 선임이 됐습니다.

그런데 조 전무의 계열사 임원직 신규 선임을 두고 그룹 내부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배경은 이렇습니다. 조 전무가 2개의 계열사에 신규 임원이 된 1일,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에 중요한 공지 하나가 떴습니다. 바로 ‘직원 정기 승격 관련 안내문’이었는데요. 내용은 이러합니다.

《직원 여러분들께서도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있으며, 당사를 포함하여 전 세계 항공사들이 여전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위기 극복을 위해 전 임직원이 합심하여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현 상황을 고려하여, 불가피하게 2020년도 승격은 미실시 하게 됐다. 아울러 차기 승격은 경영여건 호전 시 실시할 예정이다.》

직원 승진과 승격을 실시하지 않을 것이며, 차기 승격은 경영 여건에 따라 추후에 실시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승진을 기다리고 또 앞두고 있던 직원들 뿐 아니라 승진 시험을 준비하던 직원들은 씁쓸할 수밖에 없는 공지였죠. 하지만 직원들은 대부분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회사 상황이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한항공 직원들의 승진(승격) 미실시 공지 있던 날, 조 전무가 새롭게 임원으로 신규 선임됐던 겁니다. 직원들은 조 전무 인사 소식을 이튿날 언론을 통해서야 듣게 됩니다. 일부 직원들은 블라인드 등에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를 이해하려 했다. 그래 사기업이고 오너 일가이니 그럴 수 있다. 억울하면 금수저 못 물고 태어난 내 잘못이지”라고 체념을 하는 직원부터 “회사가 어렵고 진급 대상자들 안타깝지만 이해하라더니, 1일에 우리(직원들)는 승격 미실시, 조씨 일가는 승격”이라고 불평하는 직원까지 이었습니다. 같은 날 벌어진 서로 다른 인사 소식에 일부 직원들이 화가 난 겁니다.

대한항공과 ㈜한진, 한진그룹 측도 할 말은 있습니다. 조 전무가 신규 임원이 된 ㈜한진과 토파스여행정보는 그룹 내 계열사이지 대한항공 소속이 아닙니다. 대한항공 직원들의 승격 미실시와 조 전무의 신규 선임은 별개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승진이 아닌 신규 임원 선임인 만큼 두 가지 사안을 연결짓는 건 무리라는 입장입니다. 한진그룹은 조 전무의 신규 선임 배경에 대해 “코로나19 이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e커머스 시장에 신속히 대응하고, 공유가치창출(CSV) 사업도 확장하면서, 코로나19 이후의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경영 정상화 시점까지는 무보수로 일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현 상황에 필요한 인사였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직원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 합니다. 대한항공은 한진그룹 전체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중요한 계열사입니다. 더욱이 한진그룹은 조 전무의 오빠인 조원태 회장이 이끄는 등 총수 일가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총수 일가의 행동 하나가 그룹 전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조 전무는 그룹 내 4개 회사(한진칼, 정석기업, ㈜한진, 토파즈여행정보)의 임원입니다. 그룹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한진그룹 특성상 대한항공이 어려워져서 승진승격을 않으면 다른 계열사로 그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이 직원들의 생각입니다. 아무리 총수여도 어려움은 함께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거지요.

한 직원은 “우리도 당장은 무급이라도 좋다. 소급분은 경영정상화 하면 줘도 되니까 우리 직원들 승격도 발표하라”며 “유무급 휴직 해가면서 희생 하고 있는 직원들의 사기를 제대로 꺾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직장인들에게 승진이 갖는 의미가 얼마나 큰지를 조금 헤아렸다면, 조 전무 인사는 나중에 했어도 될 것 같았다”며 아쉽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경영권 분쟁 중인 3자 연합도 보도자료를 내고 조 전무의 임원 신규 선임을 비판했습니다. 3자 연합은 ‘조 전무의 한진그룹 4개사 임원직 겸직 인사에 대한 입장’이라는 입장문에서 “이번 인사를 통해 조 전무는 그룹 내에서 4개 임원직을 겸직하고 있다. 물컵 사건으로 그룹의 기업 가치가 저하됐는데, 이에 대한 책임은커녕 퇴직금은 물론 4개 임원직을 하면서 상당한 보수를 지급받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대한항공 직원들은 장기 유무급 휴직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기내식 사업부 매각으로 일자리도 위협받고 있는데, 대주주 일가의 사적 이익 보장에 적극적인 한진그룹 경영진 태도에 우려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총수 일가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에서 단행한 인사이자, 대한항공과는 별개의 계열사 임원인사이고 더군다나 무보수로 일하는 것이기에 너무 안 좋게만 보지 말아달라는 한진그룹 측. 대한항공 직원들의 승격 미실시 공지 날에 총수 일가의 신규 인사는 너무한 것 아니냐는 직원들 측. 독자 여러분들은 누가 좀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변종국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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