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관계 복잡하게 얽힌 특수물건… 법적문제 두려워 응찰자 적어
유치권-임차권, 하나는 가짜 가능성… 인도명령 등으로 해결할 수도
물건의 형상은 양호한데, 권리 분석이 복잡해 여러 번 유찰을 거듭하는 물건을 특수물건이라 한다. 응찰자가 적다 보니 저가에 낙찰받을 수 있어 경매인에게 인기다. 그러나 특수물건의 경쟁이 낮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복잡하게 얽힌 권리관계를 풀어낼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수물건은 보통 소송을 통해 법적 문제를 정리하지만, 때로는 형사고소 압박과 약식 절차인 인도명령을 통해 간단히 해결되기도 한다.
최근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아담한 빌라 한 채가 경매에 나왔다. 신축인 데다가 인근에 초등학교가 있고 뒤편에 공원도 있어 임대수요는 충분했다. 이 물건의 감정가는 1억6000만 원. 3번 유찰을 거쳐 최저가가 감정가의 51%인 8100만 원대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당연히 법적인 문제가 있었다. 법원에서 제공하는 매각물건명세서의 내용을 보니 토지에 낙찰자가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별도등기가 있었고, 무엇보다 거액의 유치권이 신고돼 있었다. 마감공사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공사업자 A가 약 2억 원의 유치권을 신고했다. 허위 유치권이 많다지만 이 건의 경우 유치권자로부터 점유방해금지 가처분 결정문까지 제출돼 있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
경매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니 문제가 또 있었다. 이 물건에는 보증금이 1억 원인 대항력 있는 임차인 B가 존재했다. 확정일자를 받아둔 상태에서 배당 요구까지 해놓고 있었다. 만약 B가 진정한 임차인이라면 보증금 전액을 낙찰자가 인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2억 원에 달하는 유치권에 임차인 보증금 1억 원까지 인수해야 하니 몇 번은 더 유찰돼야 정상인 물건이었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니 허점이 있었다. 우선 유치권과 임차권은 법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권리이다. 둘 다 ‘주택에 대한 점유’라는 요건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점유권은 타인의 점유를 배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이기 때문에 유치권자가 점유하고 있으면 임차인은 별도의 점유를 주장할 수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가능성은 유치권자 A가 임대차계약을 통해 ‘간접 점유’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 임차인 B뿐 아니라 유치권자 A 역시 해당 주택을 점유하고 있는 게 된다. 그러나 임대차계약서상 임대인은 유치권자가 아닌 소유자였다. 따라서 간접 점유 주장도 불가능했다.
이후 탐문 조사를 통해 임차인 B는 소유자에게 공사대금 명목으로 5000만 원을 대여해준 일반 채권자라는 것을 알아냈다. 소유자와 짜고 허위의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뒤, 물건을 유찰시켜 직접 낙찰받아 수익을 얻으려는 위장 임차인이었다. 이러한 경우 판례는 사기죄 성립을 인정한다. 경매에선 이런 허위 권리들이 비일비재하다. 결국 누구도 권리를 주장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이 특수물건은 평범한 일반물건이 됐다.
이 같은 조사를 끝낸 C 씨가 해당 물건에 용기 있게 응찰했다. 난도가 높은 물건이다 보니 단독으로 응찰해 최종적으로 감정가의 54%인 8700만 원에 낙찰 받았다. 잔금을 납부하자마자 C 씨는 곧장 임차인 B를 찾아갔다. 증거자료를 내보이며 형사고소 압박과 함께 자발적인 명도를 권했더니 뜻밖에도 임차인은 순순히 응했다. 대여금 채권을 배당받게 되면 곧바로 집을 비워주겠다는 확약을 받았다.
임차인 B로부터 명도를 받게 되니 실제로 점유를 하고 있지 않던 A의 유치권은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유치권은 공사대금을 전부 지급받을 때까지 점유를 넘겨주지 않을 권리인데, C 씨는 이미 임차인으로부터 점유를 넘겨받았으니 더 이상 유치권자 A와 협의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C 씨는 곧장 약간의 내부 수리를 거쳐 1억5000만 원에 전세를 놓았다. 전세금만으로 투자금의 두 배 가까운 수익을 냈다. 이처럼 법적인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용기만 있다면 특수물건은 매력적인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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