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원' 유력…적자국채 발행 불가피
7~10조원 규모 예상…소상공인·자영업자 우선 지급 거론
10조 적자국채 발행시 나랏빚 840조 육박…채무비율 44%
전문가들 재정건전성 우려…"나랏빚 증가 속도 경계해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피해가 커진 업종을 대상으로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59년 만에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작업에 돌입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1차 재난지원금과 달리 2차 재난지원금은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피해가 큰 계층에 ‘선별 지원’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1~3차 추경 편성으로 이미 나랏빚이 크게 불어난데다가 세수마저 쪼그라들면서 4차 추경 재원 역시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3일 실무협의를 열고 코로나19 피해가 큰 업종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4차 추경을 편성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한 해 동안 추경이 네 차례 편성된 적은 1961년 이후 59년 만이다. 1950년(7회) 이후 한 해 네 차례 이상 추경이 편성된 적도 1961년과 올해뿐이다.
2차 재난지원금 지원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으로 직접 피해를 본 노래방·PC방·카페·음식점 등 업종에서 선별적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매출액을 기준으로 지급 대상을 추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여기에 돌봄 지원, 실직자, 취약계층 등도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으로 검토 중이다.
4차 추경 규모는 약 7조~1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과 정부는 6일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고 추경 규모 및 지원 대상, 지원 방식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추석 전에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 내부에서 2차 재난지원금도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민주당과 정부는 ‘선별 지급’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상반기 국세수입이 전년보다 23조3000억원 덜 걷히는 등 세수 여건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재정건정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1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재원 14조3000억원 중 3조4000억원만 적자 국채로 발행했지만, 2차 재난지원금은 전액 적자 국채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1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 적자 국채 발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10조원 이상을 기존 예산에서 구조조정을 했다”며 “앞으로 비슷한 형태의 재난지원금을 주게 된다면 100%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올해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적자국채 발행 규모를 60조3000억원으로 예상했지만, 1~3차 추경을 통해 적자 국채 규모가 97조1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나랏빚은 본예산(805조2000억원)보다 34조2000억원 늘어난 839조4000억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4차 추경 규모로 예상되는 7조~10조원을 모두 적자국채로 메우게 되면 국가채무는 846조4000억~849조4000억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지난해 본예산(740조8000억원)보다 100조원 넘게 늘어나는 셈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역시 3차 추경 기준 43.5%에서 43.8~44.0%로 상승할 전망이다.
정부는 2021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89조7000억원 적자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가 내년에 945조원으로 늘어나고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2년에는 1000조원(1070조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내년 46.7%에서 2022년에는 50%(50.9%)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0.1%, 내년 3.6% 달성을 가정하고 추산한 것으로,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 여기에 4차 추경 규모에 따라 나랏빚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상황에 재정 투입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가파르게 증가하는 나랏빚 증가 속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채무 규모는 한국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자 사상 최대 수준”이라며 “다른 선진국보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낮지만, 고령화 등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고정 지출을 고려하면 추후 재정 운영에 막대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 재정 운용 계획을 보면 2021년 이후 국가 채무 비율은 매년 3~4%포인트(p)씩 오른다”면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 재정을 펴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그 이후에는 다소 소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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