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만에 벤츠 잡은 BMW, 점점 더 커지는 수입차 시장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5일 16시 00분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도 지난주에 이어서 수입차 업계를 한번 다뤄볼까 합니다.

BMW가 2년 8개월 만에 월간 판매량에서 메르세데스벤츠를 앞질렀다는 소식과 관련된 이야기인데요.

지난주 휴일차담이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 고가 브랜드 얘기였다면 오늘은 시장 전반에 대한 얘기가 될 듯합니다.

BMW는 20%가 넘는 수입차 시장 점유율로 장기간 국내 1위 자리를 지키다 2016년에 연간 판매량 1위 자리를 메르세데스벤츠에 내줬습니다.

지난달 판매에서 1위 자리를 되찾았다고는 하지만 BMW가 올해 전체 판매에서 메르세데스벤츠를 앞서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BMW코리아의 25주년 기념 에디션으로 출시된 5시리즈 모델들. BMW코리아 제공
BMW코리아의 25주년 기념 에디션으로 출시된 5시리즈 모델들. BMW코리아 제공


하지만 이런저런 악재를 딛고 다시 시장을 공략하는 독일계 브랜드가 늘어나는 가운데 올해 수입차 시장이 다시금 규모를 키우는 상황을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억 대를 넘어서는 고가 수입차의 가파른 성장세를 분석해 본 지난주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성원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포르쉐 1.8배, 람보르기니 3.1배…“흔해진 독일차, 달리는 슈퍼카”[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00829/1027010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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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클래스’ 신차 앞두고 벤츠 잡은 BMW… “5시리즈 선전에 SUV도 한몫”
최근 수입차 업계에서는 월간 판매량에서 BMW가 메르세데스벤츠를 앞질렀다는 소식이 단연 화제였습니다.

BMW는 8월에 7252대를 판매하면서 6030대 판매에 그친 메르세데스벤츠를 누르고 1위 자리에 올랐습니다.

2017년 12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BMW가 월간 판매량 1위 자리에 오른 것인데요.

2018년 연쇄적인 차량 화재 사건으로 브랜드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었던 BMW로서는 기나긴 악몽을 빠져나왔다는 하나의 신호로 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물론 올해 연간 누적 판매에서는 벤츠가 여전히 꽤 큰 격차를 보이면서 앞서고 있기 때문에 연간 판매량 1위 자리가 바뀔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수입차 업계는 각 브랜드가 매달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의 편차가 상당히 큽니다.

아무리 계약량이 많아도 물량을 확보해 고객에게 인도를 해야 등록 통계가 잡히기 때문에 월간 통계가 큰 의미를 가지기는 힘이 듭니다.

8월의 판매량 역전의 경우 BMW는 물량 공급이 비교적 원활했고 메르세데스벤츠에서는 부동의 베스트셀링 모델인 ‘E-클래스’가 조만간 페이스 리프트 모델 판매를 앞두고 재고 소진 단계에 들어왔다는 점이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 보입니다.

BMW ‘520i M 스포츠 패키지’. BMW코리아 제공
BMW ‘520i M 스포츠 패키지’. BMW코리아 제공


아무튼. 약진하는 BMW의 선봉에는 역시 베스트셀링 세단인 ‘5시리즈’가 서 있습니다.

가솔린 2.0 모델(520)이 전체 모델 중에서 판매 1위에 올랐고 디젤 2.0 모델(520d)이 3위에 오르면서 전체 판매를 견인했습니다.

BMW는 지난 5월에 5·6시리즈 페이스 리프트 모델을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월드 프리미어)하기도 했는데요.

BMW코리아에서는 5시리즈가 앞에서 끌 때 뒤를 받친 것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이었다는 점도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SUV 모델인 X3 등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생산 중단 기간이 있었음에도 국내 고객들이 이를 기다려줬다는 것입니다.

SUV 모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메르세데스벤츠가 최근 ‘더 뉴 GLB’, ‘더 뉴 GLA’, ‘더 뉴 GLE 쿠페’ 등 3종류의 새로운 모델을 공개하고 국내에서 9종의 SUV 라인업을 갖추는 모습도 눈에 띕니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새로 공개한 더 뉴 GLB, 더 뉴 GLA, 더 뉴 GLE 쿠페.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새로 공개한 더 뉴 GLB, 더 뉴 GLA, 더 뉴 GLE 쿠페.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 다시 커지는 수입차 시장… “흔해진 수입차, 장벽 사라져”
공격적으로 SUV 모델을 늘리고 주요 모델의 신차 공개를 한국에서 하기도 한 두 브랜드의 모습은 한국이 이들 브랜드 입장에서 상당히 신경을 쓰는 시장이라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2018년 26만 대를 넘겼던 국내 수입차 시장은 지난해 24만 4000대 가량으로 줄어들었다가 올해 다시 성장하는 모습입니다.

올 8월까지를 놓고 보면 테슬라를 제외하고도 17만 대에 가까운 차가 팔리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이상 판매가 늘었습니다.

연간 180만 대 가량인 한국 시장에서 수입차는 올 상반기 기준 15%가량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점유율에도 식을 줄 모르는 수입차 열기.

수입차 업계에서는 “이제 수입차 접근이 아주 쉬워졌다”는 점을 중요한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워낙 수입차가 늘어나니 수입차를 사는 것이 과거와 달리 전혀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흔해진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더 고가 브랜드의 수요를 늘리는 효과도 있겠지만 ‘나도 한번 사볼까’하는 마음으로 수입차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는 설명인데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국내의 현대·기아자동차가 내놓는 차의 상품성이 높아진 만큼 가격이 높아졌고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상당한 수준까지 가격을 끌어올린 것이 한몫을 했다는 설명도 나옵니다.

국산차를 고르던 소비자들이 시야를 조금 넓히면 ‘이 가격이면 혹은 조금만 보태면 수입차도 가능하겠는데?’라고 생각할만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폭스바겐 같은 브랜드에서는 앞으로 출시될 모델들의 주요한 경쟁자로 현대·기아차의 모델을 꼽고 있기도 합니다.

수입차 업계에서 시기별, 모델별로 적절한 가격 할인 정책을 펴고 다양한 금융 프로그램으로 실제 구매 가격을 낮추는 것 역시 판매 증가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리스나 장기렌트 같은 방식으로 차를 타는 일이 일상화되다보니 매달 내는 돈을 조금만 올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수입차에 접근하는 경우도 늘어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이제 다양한 방식으로 국산차에 비해 높은 유지·관리 비용을 낮춰보겠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 수입차 판매, 앞으로 더 늘어날 수도
한국 수입차 시장을 이끈 것이 아무래도 독일 브랜드라는 점을 봤을 때 수입차 열기가 당분간 더 뜨거워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BMW가 화재의 악몽에서 벗어나면서 판매를 키우는 모습이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재도약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는 측면입니다.
올해 아우디의 국내 판매는 A6가 견인했다. 사진은 ‘더 뉴 아우디 A6 TDI 콰트로 프리미엄’. 아우디코리아 제공
올해 아우디의 국내 판매는 A6가 견인했다. 사진은 ‘더 뉴 아우디 A6 TDI 콰트로 프리미엄’. 아우디코리아 제공


두 브랜드는 디젤 게이트 이후 무더기로 인증이 취소되는 사태를 겪으면서 사실상 차를 팔지 못하는 상황을 겪기도 했습니다.

2015년까지 꾸준히 10% 이상의 수입차 점유율을 보이던 아우디는 2017년엔 차를 못 팔다시피했고 2018년과 2019년에도 4%대의 시장 점유율에 그쳤습니다.

15% 안팎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던 폭스바겐 역시 2018년 5.9%, 2019년 3.5%의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판매 모델을 늘리면서 아우디는 올 8월까지 1만4000여대를 팔아 8.5%의 시장 점유율을 회복했습니다.

아직은 티구안과 투아렉, 아테온에 기대고 있는 폭스바겐도 5.5%대의 점유율을 보이면서 올해와 내년 새로운 모델들의 출시를 벼르는 모습입니다.

폭스바겐의 베스티셀링 SUV ‘티구안’. 폭스바겐코리아 제공
폭스바겐의 베스티셀링 SUV ‘티구안’. 폭스바겐코리아 제공


5, 6년전까지만 해도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굳건한 3, 4위 자리를 지키던 이들 브랜드가 조금씩 판매하는 모델을 늘려갈 때 시장이 더 커질 여지는 충분해 보입니다.

● “까다로운 고객, 브랜드 부침 빠른 시장”
순위가 순식간에 요동치고 화재나 인증 같은 심각한 문제까지 겪은 수입차 브랜드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 시장이 상당히 까다로운 곳이라는 점을 많이 얘기합니다.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고 정부당국도 인증 등에서 깐깐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인데요.

현대·기아차가 국내 고객의 디자인·상품 수요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시장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차를 보는 기준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자동차 동호회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차량이나 브랜드의 평판이 빠르게 바뀌는 시장이라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통계를 살펴보니 일본 브랜드인 렉서스가 수입차 시장 1위를 달리던 것이 불과 10여 년 전인 2006년입니다.

수입차 시장 규모가 훨씬 작은 시절이긴 하지만 2004년 22%를 넘겼던 렉서스는 지금 5% 안팎의 시장 점유율에 그치는 상황입니다.

2013년 판매량에서 BMW는 물론이고 폭스바겐에도 밀렸던 메르세데스벤츠도 2016년에 올라선 1위 자리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숨기지 않습니다.

많은 수입차 브랜드가 다양한 신차를 내놓으면서 한국 시장을 열심히 공략하는 이유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국내에서 가파르게 성장하는 수입차 브랜드가 국내에 가져다줄 수 있는 경제효과라는 것은 아무래도 현대·기아차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가져다 파는 것’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시대에 고객들이 막연한 애국심으로 차를 고를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요.

현대·기아차 역시 국내를 공략하는 다양한 해외 브랜드를 코앞에서 직접 보면서 자신들의 상품성을 높여온 것일 수 있습니다.

올해 현대·기아차의 양재동 본사 주차장에 난데없이 수입차들이 여러 대 등장해 놀랐던 적이 있는데요. 직원들이 수입차를 직접 타면서 느껴보라는 취지로 마련한 시승용 차량이었습니다.

수입차끼리는 물론 국산차까지 모두가 더 치열하게 경쟁할수록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선택지가 제시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해 BMW의 약진과 더불어 포르쉐, 볼보 등도 돋보이는 가운데 수입차 시장이 앞으로 또 어떻게 변화할지, 독자 여러분도 눈여겨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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