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경제철학은 마치 균형을 찾아 좌우로 움직이는 시계추와 같이 시장원리와 정부 개입 사이에서 새로운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신축성을 보여 왔다. 시장원리에 충실한 애덤 스미스의 ‘고전적 자유주의’는 산업혁명의 토대가 되었으나 경제 대공황은 케인스 경제학에 기반한 ‘큰 정부’로의 이동을 불가피하게 했다. 1970년대 두 차례 석유 파동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과 고령화에 따른 복지 재정의 위기는 시장 원리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는 ‘신자유주의’를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정부 주도 수출 진흥 전략으로 1960년대 초부터 고도 경제성장을 이룩한 우리나라의 신자유주의 역사는 1980년대 초 출범한 전두환 정권에서 시작됐다. 정부 주도 고도성장 전략의 폐해를 인지한 경제기획원 기획팀은 1970년대 후반 경제안정화 정책을 건의했으나 박정희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김재익 대통령경제수석이 전두환 정부 경제정책의 주도권을 쥐면서 경제 안정화, 수입 자유화 등 신자유주의 경제철학에 입각한 정책들이 처음으로 추진됐다.
우리나라에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추진된 두 번째 계기는 1997년 말 발생한 외환위기였다.
경제정책의 주도권이 국제통화기금(IMF)으로 넘어가고 관치금융을 폐기하는 금융 개혁,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억제하는 재벌 개혁, 규제 완화로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정부 개혁 등의 조치가 추진됐다.
이후 시장원리를 강조하고 ‘큰 정부’의 폐해를 우려하는 신자유주의적 사고는 경제정책 담당자들의 핵심 경제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중장기 재정계획 수립이 의무화됐고,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감시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에 공공정책국이 신설됐으며, 공공투자의 경제성을 가리기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공공투자관리센터가 가동됐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경제철학과는 궤를 달리하는 국정철학을 지닌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경제 운용 과정에서 큰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청와대와 집권당은 공공부문의 확대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대규모 재정사업을 전개하나, 기획재정부 실무진은 재정 팽창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 부서와 공공기관의 신규 사업 및 정원을 최대한 억제하는 상반된 입장을 견지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과정에서 경제성이 낮은 대규모 사업은 추진되고,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높은 작은 사업들은 예산 심의에서 탈락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야기된 새로운 경제사회 환경은 국가 운용에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시장원리와 정부 개입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경제와 복지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게 목표가 돼야 한다.
새로 출범한 21대 국회에서 여야 정치권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념보다는 현 상황에 대한 객관적 분석을 토대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경제복지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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