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젬마의 렛츠콜라보!] 아이들 그림으로 상생 찾는 ‘동심 콜라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9일 03시 00분


홍유정 양(10)의 그림을 활용한 ‘슈슈 콜라보 마스크팩’.  슈슈코스메틱 제공
홍유정 양(10)의 그림을 활용한 ‘슈슈 콜라보 마스크팩’. 슈슈코스메틱 제공
어린이들의 삐뚤삐뚤 휘청휘청 맞춤법까지 틀린 글들이 나는 너무 좋다. 나는 일부러 어린이들의 오타와 휘청거림을 바로잡아 주지 않곤 했다. 왜? 어차피 이 시기는 이때뿐이니까. 어린 시절에만 가능한 그 불안함과 동시에 기성세대의 상상을 초월해 버리는 순수함이 가득한 한때이기에. 아이들의 그림 또한 마찬가지이다. 서투른 그림 솜씨라도 미소가 퍼지는 것은 우리가 잃어버린 시절에 대한 회복과 충전의 기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을 기성세대들의 삶으로 이어주는 역할을 한 기업들이 있었는데, 아트 콜라보 사업을 하면서 만났던 ‘꿈담’이 그중 하나였다. 어린이의 그림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고 수익금을 아이들에게도 분배했던 사회적 기업이다. 아이들의 그림이 제품 안에서 전시되고 판매로까지 이어지는 기회를 준다는 것은 그 아이들에게도, 가정에도 매우 특별한 꿈이자 격려였다.

그런가 하면 조아제약은 자폐 어린이들과 예술가들을 연결하는 교육을 후원하고, 그 결과로 나온 어린이들의 그림을 약품의 패키지에도 응용했다. 약국에서도 눈에 확 띄는 디자인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마케팅을 동시에 시도한 사례다. 패키지에 그림을 입히는 것만으로도 약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소비자 충성도를 높여주는 것은 콜라보의 힘이다.

패션 브랜드 ‘래트 바이티’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그림을 티셔츠와 스카프에 담는 콜라보를 했고, 그 판매 수익금을 전액 기부했다. 기업은 아이들의 그림을 사용한 제품으로 스토리와 의미를 가져가고, 그 수익은 사회로 환원하는 상생을 선택한 것이다.

아이들의 제품에 흔히 등장하는 건 캐릭터다. 잘 안 먹는 음식 포장에, 이를 닦기 싫어하는 아이들의 칫솔에, 아이들의 상처 밴드와 약에…. 아이들의 친구이며 위로이며 해결사인 캐릭터는 만사형통, 만병통치의 역할을 해낸다. 그런데 디즈니나 뽀로로 같은 유명 캐릭터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웬만한 중소기업들은 엄두도 못 낸다. 예산이 없을 땐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유아 전문 마스크팩 회사인 슈슈코스메틱은 캐릭터 대신 ‘아이들이 그린 그림’으로 뚫었다. 일명 ‘슈슈 콜라보 마스크팩’이다. SNS 틱톡에서 유명해 대중적인 소통력을 확보한 홍유정 양의 그림을 선택해 쌍방의 윈윈 전략을 펼친 것이다.

올해 10월 강원도에서 열리는 국제 어린이 시각예술축제인 ‘강원 키즈 트리엔날레 2020’의 예술감독을 맡은 내가 어린이의 그림과 글씨, 목소리를 탐내는 것은, 도저히 어른들은 흉내 낼 수 없는 무한 파워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의 뜻을 가볍게 보지 마십시오. 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라는 소파 방정환 선생님(1899∼1931)의 말씀을 되새기며, 어린이의 그림은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거울임을 새삼 떠올려 본다.

화가·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컬래버레이션#동심 콜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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