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 달리 하반기 코로나 확산”… 넉달만에 1.3%P 대폭 하향조정
내년 성장률 전망도 3.5%로 낮춰… 거리두기로 민간소비 타격 가장 커
“정부지원, 피해집중 계층에 초점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가 ―1.1%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이른바 ‘V자 회복’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내놨다.
KDI는 8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1.1%를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5월 내놓은 전망치(0.2%)보다 1.3%포인트 하향 조정한 수치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민간소비가 주춤해지는 등 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KDI는 “8월 중순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규 확진자가 대폭 증가해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다시 강화됐다”며 “코로나19 확산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하반기 들어 확산세가 가속화해 기존 전망치보다 낮췄다”고 설명했다. KDI는 통상 매년 5, 11월에 경제 전망을 발표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해 이날 이례적으로 수정 전망을 내놨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민간소비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면 접촉이 많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소비 활동이 제한되고 경기 부진으로 소득이 줄면서 올해 민간소비는 전년 대비 4.6%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서비스업 부진의 영향으로 고용시장도 영향을 받으며 올해 취업자 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15만 명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설비투자는 코로나19 충격에도 투자가 부진했던 지난해의 기저효과와 글로벌 반도체 수요 회복에 힘입어 올해 4.2%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 상반기(1∼6월) 큰 폭으로 감소했던 수출은 글로벌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하반기부터 점차 개선될 것으로 봤다.
내년 성장률은 3.5%로 5월 전망치(3.9%)보다 0.4%포인트 낮춰 잡았다. 이마저도 4분기(10∼12월) 사회적 거리 두기가 더 악화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 코로나 사태가 지금보다 나빠질 경우 성장률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올해 ―1.1%, 내년 3.5% 성장이면 연평균 1.2% 성장이라 잠재성장률을 밑돈다”며 “경제 회복 속도가 상당히 느릴 것이며 V자 회복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DI는 정부가 당분간 방역을 중심에 두고 경제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코로나19 확산의 범위와 기간이 확대될수록 경기 회복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재정 정책 역시 방역 체계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취약계층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DI는 “코로나19 위기는 경제 주체의 직업, 지역, 소득, 자산에 따라 불균등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피해가 집중된 계층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취약계층 보호와 경기 부양의 목적을 구분해 재정 지출의 효율성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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