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이 12조 원 가까이 늘며 사상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전세금, 내 집 마련, 주식 투자를 위해 빚을 많이 낸 것으로 풀이된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말 은행권 가계대출은 948조2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11조7000억 원 늘었다.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월 기준으로 가장 큰 증가 폭이다. 가계대출의 73%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6조1000억 원 늘어났고, 나머지 기타대출이 5조7000억 원 증가했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주식담보대출 등이 포함되는 기타대출 역시 사상 최대 증가 폭이다.
집값과 ‘빚투’(빚내 주식 투자)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6, 7월 서울과 경기에서 아파트가 8만 채 넘게 매매되면서 관련 자금 수요가 시차를 두고 주택담보대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셋값도 오르면서 전세자금대출도 3조4000억 원 늘었다. 여기에 공모주 청약 증거금을 납입하거나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신용대출까지 끌어다 쓰면서 기타대출 증가 폭이 7월(3조7000억 원)보다 2조 원 더 커졌다.
기업대출에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온도 차가 뚜렷했다. 대기업 대출은 1300억 원 줄어든 178조3000억 원이었다. 중소기업 대출은 782조7000억 원으로 6조1000억 원 증가했다. 윤옥자 한은 시장총괄팀 과장은 “대기업들은 회사채 등을 통한 자금 조달 상황이 나아지면서 대출 의존도가 줄었지만 중소기업은 개인사업자 등의 대출 수요가 꾸준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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