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완성차업계 인증제 시급”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비슷한 차종과 성능의 중고차임에도 국산과 외국산의 가격 차이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시장에서는 국산 중고차가 동급의 외산 중고차와 비슷한 가격을 받거나 오히려 더 받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국산차가 제값을 받으려면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의 품질을 보증하는 ‘인증중고차’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9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한국 제조사 차량과 외국 제조사 차량의 신차 가격 대비 중고차 감가율(차 가격이 떨어지는 비율)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거래되고 있는 2017년산 현대자동차 ‘아반떼’와 독일 폭스바겐 ‘제타’의 평균 감가율이 34.8%로 같았다. 같은 해 출시된 현대차 ‘쏘나타’와 폭스바겐 ‘파사트’ 역시 감가율이 각각 43.3%와 43.9%로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2017년식 현대차 ‘투싼’의 감가율은 37.7%로 제너럴모터스(GM) ‘트랙스’(38.1%) 또는 폭스바겐 ‘티구안’(47.5%)보다 낮아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 중고차 시장에서는 정작 국산 중고차가 외국산보다 낮은 평가에 머무르고 있다. 2017년식 제네시스 ‘G80’의 경우 신차 가격 대비 30.7% 하락했지만 동급으로 평가받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GLC’는 각각 25.5%, 20.6% 떨어진 가격에 거래됐다. 쏘나타 역시 독일 BMW 3시리즈 40.9%보다 더 큰 45.7%의 감가율을 보였다.
협회는 국내의 특수한 중고차 거래제도가 국산 중고차 저평가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중고차 시장의 진입 제한이 없어 완성차 업체들도 자체적으로 인증중고차 사업을 할 수 있는 미국 등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이 불가능하다. 반면 수입차 업체들은 인증중고차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를 매입해 수리한 뒤 품질을 보증해 되파는 인증중고차 시스템이 도입되면 국산 중고차에 대한 품질 신뢰도를 높이고 합리적인 가격 산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제조, 판매, 정비 등 체계적 고객 관리를 위해서라도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 대한 인증중고차 진입을 막는 역차별은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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