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풀린 돈, 돌지 않는다…“수익 좇아 자산시장 쏠릴 위험”

  • 뉴시스
  • 입력 2020년 9월 10일 12시 28분


단기자금 반년새 130조 급증
자산시장 등으로 쏠릴 가능성

시중 단기자금이 올해 상반기에만 130조원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대 규모로 돈이 풀려났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단기 금융상품으로만 향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당국의 대대적인 유동성 확대 정책에도 단기화된 자금이 수익을 좇아 부동산이나 주식시장 등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아 실물경제에서 돈이 안 도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중 수시입출식예금과 요구불예금 등으로 구성된 M1(협의통화)은 133조원 증가했다. 수시입출식예금이 72조6000억원, 요구불예금이 49조1000억원 늘었다. 시중에 풀린 통화량을 나타내는 광의통화(M2)가 같은기간 164조9000억원 늘었는데, 이중 단기자금이 80.7%를 밀어올린 셈이다.

정기예금과 수익증권과 같은 중장기성 금융상품은 같은 기간 31조9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M2에서 M1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2월 31.8%에서 올해 6월 기준 34.4%로 뛰어올랐다. 그만큼 시중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이 심해졌다는 얘기다.

초저금리 기조 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불확실성에 휩싸인 경제 주체들이 현금성 자산을 확보해두려는 심리가 강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저금리로 중장기성 금융상품의 금리 유인이 약화된데다 기업 조달자금의 단기운용 등으로 단기성 자금이 큰 폭 늘었다”고 설명했다. 단기 자금이 집값과 주가 상승 기대 등으로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흐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은은 “정부의 주택 관련 대책,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 주택시장으로의 자금쏠림을 완화할 것”이라면서도 “그간의 주택거래 증가, 전세가 상승, 하반기 분양 입주 물량 등을 감안할 때 주택시장으로의 자금유입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동향을 계속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정책 당국의 대응 과정에서 시중 통화량이 빠르게 풀려나 단기자금이 급증한 측면이 있다. 한은은 올해 두 차례의 금리인하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5%까지 끌어내렸다. 정부는 각종 대출 지원 정책과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으로 돈을 대거 풀었다. 특히 기업 부문으로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시중 통화량이 급격히 불어났다는 분석이다.

상반기중 예금취급기관의 기업신용은 125조2000억원 늘어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1년 12월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총신용 증가율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6월 기준 기업신용의 기여도가 5.7%포인트로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가계부문의 기여도는 1.5%포인트였다.

기업에 공급된 유동성은 코로나19 충격 극복을 위한 영업 활동에 활용된 것으로 풀이됐다. 지난해 분기 평균 13조7000억원 늘어난 운전자금 대출 규모는 올해 상반기에만 44조9000억원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과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됐다.

한은은 “기업부문을 중심으로 한 유동성 확대는 기업의 자금사정을 개선하고 원활한 영업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다만 시장금리가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고,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단기화된 자금이 수익 추구를 위해 자산시장 등으로 쏠릴 가능성 등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