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1∼6월) 새로 풀린 돈의 약 80%는 단기성 금융상품에 몰려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정책자금 등의 영향으로 늘어난 통화량이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0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에 늘어난 전체 통화량(M2·광의통화) 가운데 80.7%는 수시입출식예금, 요구불예금 등 언제든지 현금으로 찾아 쓸 수 있는 협의통화(M1) 증가액으로 집계됐다. M2에서 M1이 차지하는 비율도 34.4%로 2005년 7월 이후 가장 높았다. 가계와 기업이 단기성 금융상품에 돈을 넣어 두고 있다는 뜻이다.
한은은 저금리 때문에 시중에 단기성 자금이 크게 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회사 등에 돈을 오래 묶어 둘 유인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는 올해 1월 연 1.62%에서 7월에는 0.94%로 하락했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조달 자금을 단기로 운영하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이로 인해 단기성 대기자금이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단기화된 자금이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자산시장 등으로 쏠릴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앞으로도 가계대출 등을 통해 주택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자금 쏠림 여부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민간소비 회복은 예상보다 더디게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 2분기 민간소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쪼그라들며 두 분기 연속 4%대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소비 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득 여건 개선이 지연되면 소비 부진을 지속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올 2분기 소득 최하위 20%(1분위)와 바로 위 구간 20%(2분위)의 근로·사업소득은 각각 17.2%, 6.9% 줄었다. 한은은 “민간소비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도달하는 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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