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PHEV 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한번 다뤄볼까 합니다.
플러그를 꽂아서 충전할 수 있고 내연기관이나 배터리 양쪽 모두를 자유롭게 오고가며 주행할 수 있는 PHEV 차량은 친환경차 시대에 또 하나의 선택지라고 볼 수 있는데요.
최근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PHEV 라인업의 국내 출시를 늘리는 가운데 공식 판매가격이 2억 원에 육박하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PHEV 차량을 타보면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한 번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전기차가 급격히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전기모터의 도움을 받으면서 효율성을 높인 내연기관의 반격 역시 만만치 않을 수 있습니다.
BMW가 2년 8개월 만에 월간 판매량에서 메르세데스벤츠를 앞질렀다는 소식과 꾸준히 성장하는 수입차 시장을 조명해본 지난주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관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 2년 반 만에 벤츠 잡은 BMW, 점점 더 커지는 수입차 시장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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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매가 2억 원의 ‘더 뉴 S 560 e’… 모터까지 활용하는 탁월한 가속감
최근 시승해 본 차는 메르세데스벤츠가 S-클래스 세단을 기반으로 만든 PHEV, ‘더 뉴 S 560 e’입니다. 국내 공식 판매 가격이 1억9940만 원에 이릅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7세대 S-클래스 세단을 공개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나간 세대의 S-클래스를 시승해보게 된 것은 아무래도 PHEV라는 점 때문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를 대표하는 럭셔리 세단 S-클래스에 적용된 PHEV를 통해 PHEV 기술이 어느 정도까지 와 있는지를 느껴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더 뉴 S 560 e’는 2996cc의 V6 가솔린 엔진으로 최고 367마력, 전기모터로 122마력을 낼 수 있습니다.
합산하면 500마력에 육박하는 힘인데 야간 자유로 주행으로 느껴본 가속 능력은 최근 시승해 본 차량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엔진의 회전수에 따라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힘의 크기가 다른 내연기관과 달리 전기모터는 초반부터 자유롭게 힘을 낼 수 있습니다.
중저속에서 고속으로 속력을 높일 때 적절하게 모터가 도와주고 고속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6기통 가솔린 엔진의 힘을 충분하게 활용하는 느낌. 차는 상당한 속력을 낼 때까지도 끊김 없는 가속력을 보여줬습니다.
배터리까지 실려서 무게가 2.5톤에 가까운 대형 세단이 마치 스포츠카처럼 움직여 주는 상황. 그럼에도 엔진룸이나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은 거의 대부분 차단되고 S-클래스다운 부드러운 승차감이 계속 유지되는 모습이 상당히 색다른 느낌을 줬습니다.
차량 소유자가 직접 운전석에 앉기 보다는 뒷좌석에 앉는 ‘쇼퍼 드리븐’이 기본인 차량임에도 코너링 상황을 감안해 좌우를 자동으로 받쳐주는 스포츠 시트까지 운전석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웬만한 고성능차 못지않았습니다.
● PHEV, 가장 효율적? 가장 비효율적?
내연기관차(ICE)를 점차 밀어내면서 등장하는 친환경차는 종류가 다양합니다.
우선 최근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순수전기차(BEV)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전기 배터리로만 운행하는 차량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수소연료전기차(FCEV)도 대표적인 친환경차입니다. 수소를 태우는 방식은 아니고 연료전지에서 수소로 전기를 만들어서 이 전기로 바퀴를 굴립니다.
이들 두 종류는 엔진이라고 불리는 내연기관이 아예 없는 차량입니다. 하지만 엔진을 유지하면서 친환경성을 갖춘 차량들도 있습니다.
하이브리드차(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입니다. 두 종류 모두 내연기관과 모터·배터리를 모두 활용하는 것은 같은데요.
도요타가 1997년 처음 출시한 ‘프리우스’로 대중화된 하이브리드차는 충전기를 연결해서 직접 충전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운행 중에 회생제동 등을 활용해 배터리를 충전해서 활용하는 방식으로 확실한 연비 향상을 보여주면서 친환경차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시승해 본 PHEV는 직접 충전이 가능하고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선택하면서 운전할 수 있다는 점에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가장 효율적인 친환경차일 수 있습니다.
주중 시내 출·퇴근에서는 충전한 전기를 주로 이용하고 주말의 장거리 나들이에서는 주행거리에 대한 부담감 없이 하이브리드 모드 정도로 달릴 수 있습니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장점을 모두 누리는 셈입니다.
이번에 타 본 ‘더 뉴 S 560 e’는 버튼 하나로 △하이브리드 모드 △전기 주행 모드 △전기 절약 모드 △충전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데 급가속이 없는 시내 주행에서는 전기 주행 모드로도 충분해보였습니다.
전기 모드로 국내 기준 31킬로미터의 주행이 가능한데 30~40킬로미터, 최대 50킬로미터 정도까지 가능하게 설계되는 요즘의 PHEV 차량들이라면 평일 도심 출퇴근은 저렴한 전기 충전만으로 해결이 가능해 보입니다.
하지만 PHEV는 차량의 구조와 제조 과정을 생각하면 가장 비효율적인 친환경차일 수도 있습니다.
내연기관의 엔진·변속기를 비롯한 복잡한 부품체계에 배터리와 모터는 물론 충전기를 이용한 직접 충전 시스템까지 갖춰야 합니다.
자연스레 생산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PHEV는 하이브리드차에 비해 배터리 용량도 더 크기 때문에 가격대가 더 높아집니다.
이번에 시승한 ‘더 뉴 S 560 e’는 차량 뒤쪽에 배터리를 배치하면서 트렁크가 다소 좁아지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 장·단점 있지만 비싸서 국내에서 외면받은 PHEV
장단점이 섞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PHEV는 한국 시장에서 그동안 그렇게 각광받지 못했습니다.
유럽에서는 PHEV 모델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도 국내에서는 오히려 라인업을 줄이고 있는데요.
현재 현대·기아차의 PHEV 모델은 기아차의 니로 PHEV 정도가 남았습니다. 아무래도 PHEV의 비싼 가격이 가장 큰 걸림돌로 보입니다.
전기 모드로 40킬로미터까지 달릴 수 있는 기아차의 니로 PHEV는 시작 가격이 3452만 원입니다.
하이브리드 차량인 니로의 가격이 2420만 원에서 시작하는데 1000만 원이 넘는 차이입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 정도 가격 차이를 감수하면서 PHEV를 선택하는 국내 소비자가 많지 않다는 점을 현대·기아차가 PHEV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지 않는 이유로 보고 있습니다.
PHEV도 올해 기준으로 총 300대 가량에 500만 원씩의 구매 보조금이 지원되지만 이 정도 지원으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내년부터는 그나마의 보조금 지급도 사라지고 정부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에 보조금을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라 PHEV의 가격 경쟁력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게다가 PHEV 차량은 그 장점을 살리려면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충전 여건이 갖춰져 있다면 보조금 지원이 확실한 전기차를 선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도 있을 수 있습니다.
● 유럽 브랜드가 영역 넓히는 국내 PHEV 시장
하지만 이런 상황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국내에서 PHEV 모델을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는 상황은 눈여겨 볼만 합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사실 경제성을 따지면서 탈 차는 아닌 S-클래스까지 PHEV 모델을 내놓은 것에서 보이듯 이들 브랜드는 거의 전 라인업에서 PHEV 모델을 함께 개발하고 있습니다.
한국보다 PHEV 인기가 높은 유럽 시장에서 대부분의 모델을 PHEV까지 함께 내놓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BMW 본사의 고위 관계자들도 PHEV가 상당 기간에 걸쳐서 시장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2050년경에 대세가 되겠지만 확산 속도가 더디고 그때까지 내연기관차는 빠르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PHEV 시장이 중간을 채울 수 있다는 예측입니다.
물론 자신들의 전략을 감안한 ‘희망’이 섞여 있는 계획이긴 하겠습니다만 현대차 역시 PHEV가 포함된 미래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2025년의 자신들이 100만 대 가량의 친환경차를 팔면서 56만 대 가량은 전기차가 되겠지만 그 다음으로는 하이브리드차, PHEV 순으로 판매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수소전기차는 10만 대를 넘기는 판매를 예상하지만 PHEV보다 오히려 판매량은 적다는 전망이니 PHEV가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인 것은 현대차 역시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BMW나 메르세데스벤츠가 PHEV 전략을 전개하는 것은 사실 그들이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점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PHEV의 생산 단가가 높아서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대중 브랜드에서는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는 감내 가능한 단점일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높은 차량 판매 가격을 감안하면 이런 부분을 흡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BMW 등에서 최근 내놓고 있는 PHEV 차량의 가격은 동급의 기존 차량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 친환경차 시대, 전기차 외에도 다양한 선택지들
최근 기존 업체들이 빠르게 전기차 모델을 늘리고 미국에서는 테슬라의 기업 가치가 무섭게 상승하면서 전기차 열풍을 몰고 왔습니다.
하지만 연간 9000만 대에 육박하는 세계 자동차 시장이 순식간에 통째로 바뀌기는 어렵습니다. 전기차의 비중이 점차 커지겠지만 순식간에 내연기관차를 대체하기는 힘들다는 것입니다.
전기차에 쓰이는 전기를 신재생 에너지로 만들 수도 있지만 여전히 세계적으로 봤을 때 대부분은 화석연료나 원자력에서 ‘변환’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차 역시 한계가 뚜렷합니다.
사실 완성차 기업들이 각자의 친환경차 전략을 구사하는 이유는 복잡합니다.
국가별, 지역별로 강화되는 환경 규제는 이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강제하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내연기관차만 파는 것은 불가능한 시대가 오고 있는 것입니다.
내연기관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가진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입장에서 PHEV는 친환경차 비중도 맞추고 내연기관 경쟁력도 살리는 길일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고배기량, 고성능 내연기관차 판매 비중이 큰 브랜드이니 더 그럴 수 있겠지요.
소비자 입장에서 이런 상황을 다 생각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다만, 이런 복잡한 상황이 친환경차 영역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내는 상황을 잘 보면서 적절히 활용하면 좋을 듯 합니다.
보조금을 받아도 전기차는 여전히 싸지 않습니다. 배터리 가격을 생각하면 당분간 이런 상황이 유지될 듯 합니다.
오랫동안 효율을 개선해온 내연기관은 친환경차 시대를 맞아 최근 배터리와 모터를 ‘플러스 알파’로 활용하면서 경쟁력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직접 느껴본 ‘더 뉴 S 560 e’의 경우 저속부터 고속을 모두 아우르는 탁월한 가속능력으로 운전의 재미라는 측면에서도 기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장점을 모두 살렸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PHEV 뿐만 아니라 최근 유럽 브랜드들은 ‘마일드 하이브리드’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입니다.
기존의 하이브리드차량보다 전기에 대한 의존도는 더 낮지만 효율적으로 주행성능을 보조하면서 연비와 오염물질 배출을 개선하는 기술입니다.
실제로 BMW코리아는 국내에 새로 출시하는 ‘5시리즈’에서 PHEV 라인업과 더불어 디젤 엔진 모델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적용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최근 출시한 대형 세단 ‘S90’에서 PHEV 파워트레인과 더불어 250마력의 B5 가솔린 마일드 하이브리드 파워 트레인을 추가하면서 친환경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자동차들에서 내연기관은 어느 정도 비중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적’으로 등장한 배터리와 모터를 ‘우군’으로 만들고 있는 내연기관을 보면서 미래가 점점 더 궁금해지는 요즘입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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