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와 잇따른 태풍의 영향으로 채소와 과일, 한우 등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추석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차례상 차림 예상 비용은 물론, 소비자들이 선물용으로 많이 구입하는 백화점·대형마트 등의 과일 선물세트 가격까지 일제히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지수는 1년 전에 비해 10.6% 상승했다. 2017년 8월 이후 최대 오름폭이다. 채소류가 전년 대비 28.5% 급등하면서 전체 농산물 가격이 12.1% 오른 영향이 컸다. 정부 관계자는 “역대 최장기간 장마와 태풍 등 영향으로 배추, 상추, 시금치 등 채소류 중심으로 농산물 수급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축산물과 수산물 가격도 각각 10.2%, 6.4% 올랐다.
이는 고스란히 장바구니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차례상 ‘단골손님’인 사과(5개 기준) 구입비용은 전통시장 1만4315원, 대형 유통업체 1만7243원으로 전년 추석 대비 각각 11.9%, 26.3% 올랐다. 이는 추석 물가를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추석 약 3주 전의 구입비용을 비교한 결과다. 사과는 태풍 피해와 장마 이후 병해충 증가로 지난해보다 비싸게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추석 선물 등 수요가 많은 한우 역시 가격이 뛰었다. 추석 차례상에 가장 많이 오르는 부위인 우둔살은 1.8kg 기준 전통시장에서의 구입비용은 7만5706원이었다. 대형유통업체는 10만407원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각각 2.5%, 11.3% 오른 수치다.
차례상 식재료 가격 역시 급등했다. 무는 올해 출하량이 줄며 대형 유통업체에서 구입할 경우(200g 기준) 지난해에 비해 159.0% 오른 347원에 구입할 수 있다. 전통시장 구입비용도 87.3% 올라 390원에 살 수 있다. 배추(300g) 역시 대형 유통업체와 전통시장에서 각각 714원, 994원으로 지난해보다 149.6%, 140.8%씩 상승했다.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도 덩달아 올랐다. 올 추석 차례상 차림비용이 전통 차례상(28개 품목) 기준 전통시장은 23만7800원, 대형유통업체에선 33만680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각각 4.0%, 6.6% 올랐다고 밝혔다. 이달 9일 전국 18개 전통시장과 27개 대형 유통업체에서 조사한 결과다.
농축수산물 가격 급등은 추석 선물 세트 등의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과일세트 가격이 최대 20%까지 올랐다. 사과 6개, 배 6개로 구성된 롯데백화점의 ‘특선사과배혼합세트’는 지난해 12만5000원에서 올해 15만 원으로 20% 인상됐다. 사과 6개, 배 4개로 구성된 현대백화점의 ‘현대 사과·배 국’ 세트는 지난해 10만 원에서 올해 11만 원으로 10% 올랐고, 신세계백화점의 과일세트도 10만~20만 원대 상품군 가격이 평균 1만 원씩 올랐다.
문제는 앞으로 채소, 과일 등 농수산물의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봄철 냉해와 여름철 긴 장마 그리고 연이은 태풍 등의 영향으로 주요 농산물의 출하량이 대폭 감소한 탓에 가격 급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추석 전 태풍 등 기상이변 또 발생할 경우 가격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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