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요리도 식기 바꿔 화려하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5일 03시 00분


집밥족, 플레이팅으로 ‘기분 전환’
백화점 고급식기류 매출 급증
젊은층은 SNS ‘인증샷’ 위해 중장년은 홈파티용으로 구매
1, 2인가구 늘며 단품도 ‘불티’

현대백화점이 7월 문을 연 서울 압구정본점 지하 2층 리빙편집숍 ‘아키타입’에 다양한 그릇 제품이 진열돼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이 7월 문을 연 서울 압구정본점 지하 2층 리빙편집숍 ‘아키타입’에 다양한 그릇 제품이 진열돼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서울 송파구에 사는 1인 가구 김정민 씨(28)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최근 고급 그릇과 컵을 사 모으는 취미가 생겼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식이 어려워져 간단한 요리나 가정간편식(HMR)을 주로 먹는데, 좋은 그릇에 음식을 담아 먹으면 기분 전환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백화점에서 하나에 10만 원이 넘는 고급 와인잔을 낱개로 구입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직장인 신승훈 씨(33)도 얼마 전 ‘랜선 회식’을 경험한 뒤 식기류에 관심이 생겼다. 랜선 회식은 오프라인 회식을 대신해 컴퓨터 앞에서 각자 음식을 들고 직장 동료들과 화상 채팅을 하면서 식사하는 것을 뜻한다. 신 씨는 “각자 준비한 음식과 담음새에서 그 사람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보이더라”며 “다음 랜선 모임을 위해 와인잔과 치즈를 담는 나무 플레이트를 새로 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식기 브랜드 ‘오덴세’, ‘르크루제’, ‘로얄코펜하겐’의 제품. 각 사 제공
왼쪽부터 식기 브랜드 ‘오덴세’, ‘르크루제’, ‘로얄코펜하겐’의 제품. 각 사 제공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집밥족’이 늘어나면서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고급 식기류의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7, 8월 두 달 동안 식기류, 주방용품 등 홈다이닝 상품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 늘었다. 통상 식기류는 결혼과 이사가 몰리는 봄, 가을에 잘 팔린다. 휴가철인 여름에 식기류 매출이 급증한 것은 이례적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젊은 세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릴 ‘인증샷’과 ‘랜선 술자리’를 위해, 중장년층은 바깥 모임이 어려워진 대신 집으로 지인을 불러 모임을 갖는 홈파티를 위해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구매층이 넓어지면서 식기류 구매 패턴도 바뀌고 있다. 이전에는 제품을 세트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1, 2인 가구가 주를 이루는 젊은 고객이 늘어나면서 단품 구매의 비중이 늘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1, 2인 가구는 많은 비용을 들여 세트로 그릇을 맞출 필요가 없기 때문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단품 그릇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혼부부가 주요 고객층인 식기 브랜드 ‘오덴세’에 따르면 7, 8월 두 달간 식기 세트류 매출보다 샐러드볼, 스테이크 접시 등 단품 매출이 30%가량 더 높게 나타났다.

‘아키타입’에서 판매하는 ‘권나리×스틸라이프’ 머그컵.
‘아키타입’에서 판매하는 ‘권나리×스틸라이프’ 머그컵.
2인용 세트 기준으로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식기류의 매출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프리미엄 식기류의 주요 고객층은 구매력이 있는 40, 50대 중장년층인데, 외출과 모임이 줄어들면서 이들이 가족, 친지 등을 집으로 초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7, 8월 두 달간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프리미엄 식기류 신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50% 늘었다. 롯데백화점의 프리미엄 식기류도 13% 신장했다.

프리미엄 식기 브랜드는 이런 수요를 잡기 위해 우리 식생활에 맞는 한식기 세트를 적극 출시하고 있다.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 ‘로얄코펜하겐’은 지난달 한식기 라인인 ‘로얄 웨딩 에디션’을 새롭게 출시했다. 기본 한식기인 밥그릇, 국그릇, 찬기와 오발 접시, 사각 접시 등으로 구성됐다. 가격은 2인 세트 기준 80만∼200만 원대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코로나19#고급 식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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