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규제에 앞서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5대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이 사흘 만에 1조 원 이상 불어났다.
17일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은행에 따르면 이 5개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4∼16일 사흘 동안 약 1조1260억 원 증가했다. 당국이 급격히 늘어난 신용대출을 조이기 위한 ‘핀셋 규제’를 예고하면서 미리 대출을 받아놓으려는 수요자들의 ‘패닉 대출’이 몰렸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은행들에 “신용대출 경쟁을 자제해 달라”고 경고한 데 이어 금융감독원도 14일 5대 시중은행 및 카카오뱅크 임원들과의 회의에서 고소득·고신용자에 대한 억대 대출의 한도 조절과 관리 강화 등을 주문했다.
이에 은행들이 고신용자에 대한 고액 신용대출 한도를 조이고 우대금리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대출을 계획한 이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열 명 중 여덟 명꼴로 신용대출 한도 범위와 우대금리 혜택이 줄어드는지 묻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다음 달에 자금이 필요한데 막히기 전에 미리 받아둬야 하는 것 아닌지’를 묻는 문의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본격적인 규제가 나오기도 전에 시장이 혼란 양상을 보이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들의 자율 규제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규제에 대한 불안으로 대출이 늘고 있다”며 “과거와 비교하면 전 가계대출의 전체 증가율이 높은 편은 아닌 만큼 신용대출의 사용처를 면밀히 분석해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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