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치료비 보장 상품은 있지만 영업중단 등 피해 대비 못해
소비자원 상담 올들어 5만건 육박
보험개발원 ‘위험평가모델’ 착수… 일러도 내년말 돼야 상품 나올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행·외식·예식업계를 중심으로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지만 이를 보장하는 보험상품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병 사태로 소비자와 사업자가 모두 피해를 보는 상황을 막기 위해 보험상품을 개발 중이지만 일러도 내년 말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20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화한 1월 20일부터 이달 6일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소비자상담 건수는 4만966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만2181건)의 2.2배로 늘었다. 특히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여행·항공·예식업종의 계약 해지 및 위약금 관련 문의가 3331건으로 지난해(984건)의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감염병 재난으로 발생한 계약 해지, 영업 중단, 재산 손실 등을 보장하는 보험상품이 없어 소비자와 사업자들이 모두 피해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생명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감염병에 걸린 개인의 치료비는 보장하지만 영업 중단, 행사 연기에 따른 금전적 피해는 보장하지 않고 있다. 기업휴지(休止)보험도 화재, 풍수해 같은 재난에 따른 물적 피해는 보상하지만 휴업으로 인한 피해는 제외된다. 사업주가 가입하는 여행자보험, 웨딩보험도 위약금은 보상하지 않는다.
대형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전염병에 따른 기업휴지보험 개발을 추진한 적이 있지만 보험료가 비싸 실제 상품 개발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가입자들도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보니 피해 구제 민원조차 제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보험업계는 이런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감염병 전용 보험 개발에 착수했다. 내년 말 상품 출시가 목표다. 보험개발원이 최근 ‘감염병 위험평가모델’ 구축에 나섰으며 보험 보장 영역, 보험금 지급 관련 기준 등을 금융당국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금융권에서는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이 과거 신종플루,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부터 일찌감치 감염병에 대한 보험의 보장 영역을 고민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2018년 재보험사인 뮌헨리 등이 감염병 전용 보험상품을 선보여 숙박, 여행업계 등에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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