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 섞는 게 뭐가 어렵냐고요? 일주일 꼬박 걸렸습니다”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9월 21일 14시 20분



버터에 향신료를 넣고 잘 섞어 만든 ‘블렌딩 버터(컴파운드 버터)’는 셰프들의 요리 비책 중 하나다. 스테이크를 구울 때도 마지막 단계에서 고기 밑에 버터와 허브를 깔고 잠시 휴지하면 풍미가 더욱 살아난다. 버터와 허브가 고급스러운 맛을 만들어 주는 비밀병기인 셈이다.

친남매가 창업한 식품 스타트업 ‘요리노리’는 이런 블렌딩 버터를 집에서도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들어 내놓았다. 15년 경력의 요리연구가 박지영 공동대표가 제품개발을, 오빠인 박정수 대표가 마케팅을 맡았다. 개발담당인 박지영 공동대표는 일주일 내내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최적의 레시피 개발에 매달린 끝에 갈릭허브버터, 토마토 버터, 메이플 시나몬 버터 3종을 만들어냈다.

한국 가정식에는 서양만큼 버터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데, 블렌딩 버터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가 있나.
“집에서 해 먹는 음식들 중에도 의외로 버터를 사용하면 풍미가 확 살아나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고기를 구울 때 블렌딩 버터와 함께 휴지하면 무언가 다른 맛, 전문점에서 먹는 그 맛을 느낄 수 있다. 빵이나 토스트도 시나몬 블렌딩 버터와 곁들이면 한층 맛이 살아난다. 문제는 일반 가정집에서 블렌딩 버터를 매번 만들기 어렵다는 점이다. 어지간한 요리 마니아가 아닌 이상 허브와 향신료를 전부 사 놓고 매번 버터 유화해서 섞고, 다시 냉동하면서 쓰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최적의 맛을 개발해 제품화 하면 소비자들이 간단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블렌딩 버터, 보기에는 만들기 간단할 것 같은데.
“물론 블렌딩 버터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버터에 각종 재료를 넣고 섞은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참 간단해 보이는데, 버터를 크림화 할 때 온도 조절을 잘못하면 문제가 생긴다. 잘 섞이라고 온도를 올려 주다가 너무 높게 올라가 수분이 분리되면 분자구조가 망가지면서 다시는 굳지 않기 때문. 최적의 온도를 찾아 섞은 후 다시 고체화 하는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다. 가장 좋은 레시피를 찾기 위해 밤을 일주일 정도 새웠다.”

소량씩 꺼내 쓰기 좋게 담은 개별 포장에도 나름의 고민이 담겨 있다. 베이글 한 쪽에 버터를 넉넉히 발랐을 때의 양이 20g이라는 점을 참고하여 1회 분량을 20g으로 정했다. 천연 재료만으로 만든 제품이라 유통기한이 짧은 편이지만 구매자 대부분이 버터를 받자마자 며칠 안에 소비한다고.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집에서 블렌딩 버터로 해 먹기 좋은 요리는 무엇이 있나.
“스테이크 같은 고기 요리, 계란 요리, 그리고 커피 같은 디저트에도 활용할 수 있다. 우선 갈릭 허브 버터는 개발 단계부터 스테이크를 생각하면서 만들었다. 스테이크를 다 굽고 마지막 단계에 넣어서 풍미를 더하는 거다. 빵에 발라서 에어프라이어나 오븐에 돌리면 맛있는 마늘빵이 되기도 한다. 토마토 버터는 에그 스크램블 같은 달걀 요리에 넣으면 좋다. 우유 대신 물을 조금 넣으면 버터 향과 토마토 향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와 더 맛있다. 메이플 시나몬 버터는 빵에 바로 발라먹는 디저트 버터로 개발한 제품인데 커피에 넣어도 잘 어울린다.

스타트업으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광고로 봤을 때는 좋아 보였는데 실제로 받으면 기대에 못 미치는 제품들이 많지 않나. 우리는 소비자가 제품을 받았을 때 지불한 가치(돈) 보다 더 큰 효용성을 느끼게 하자는 것을 제1목표로 삼고 있다. 또한 요리를 사랑하고 맛있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경험을 주고 싶다. ‘식사’라는 건 단지 생존만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삶을 즐겁게 해 주는 경험이라고 본다. 그래서 브랜드 이름도 요리와 놀이를 합쳐 ‘요리노리’라고 지은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블렌딩 버터라는 것을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처음으로 소개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세계의 미식 문화를 함께 즐기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

박미정 기자 letitgo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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