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22일(현지시간·한국시간 23일) 배터리 데이를 두고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같은 평가가 나왔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날 발표한 내용이 앞서 시장·증권가에서 예측됐던 ‘혁신’의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머스크 CEO가 배터리 데이를 통해 발표한 내용은 차세대 저비용 고성능 배터리를 대량 양산해서 값 싼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46800으로 크기를 키우고 건식 전극 코팅 공정을 도입한 탭리스 구조를 동원, 신소재 및 공정 효율화를 통해 배터리 가격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머스크 CEO는 이렇게 하면 주행거리가 54% 증가하고, 비용은 56%·투자비는 69% 감소한 배터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생산 목표는 내년까지 10기가와트시, 2022년 100기가와트시, 2030년 3테라와트시로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계획이 현실화되면 “3년 안에 2만5000달러의 전기차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사람들이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차를 만드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18년에도 2만5000달러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를 지켜본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은 당초 예측보다 온건한 발표 내용에 안도하면서도 오히려 국내 업계엔 기회가 됐다고 봤다. 앞서 테슬라가 배터리 데이에서 전격 배터리 내재화나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계획을 발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30년까지 3테라와트시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는 전기차 시장의 발전 속도에 따르면 자사 물량을 조달하는 수준이고 전체 전기차 시장의 배터리 수요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라며 “기존의 배터리 업체를 위협하는 내용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또 “기술 혁신을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는 모든 기업이 다 전략 방향으로 삼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은 이미 삼성SDI가 높은 수준의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고, LG화학 리튬 황 배터리·SK이노베이션 리튬메탈 배터리 등으로 차세대 배터리 부문에서도 앞서 나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니켈 비중을 확대하고 코발트 사용을 최소화 하겠다는 언급이 많이 나왔는데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하이니켈 배터리의 수요가 많아지면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출력을 개선할 수 있게 돼 업계에도 오히려 여러 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고 봤다.
하이투자증권은 국내 업체의 목표 방향을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한 소재 혁신으로 꼽으며 “국내 업체들이 소재 혁신을 통해 테슬라와의 기술·가격 경쟁력 격차를 좁히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며 “테슬라와 겨루어볼 만한 가격대까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배터리 데이를 통해 한국 배터리 업체의 경쟁력이 재차 확인된 만큼 향후 과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관계자는 “유럽은 EU 차원에서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고 있고, 중국 역시 보조금 정책을 강하게 유지하며 자국 배터리 산업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성장시키고 있다”며 “미국도 배터리 컨소시움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배터리 3사가 동맹 협력 등을 구축해 턱없이 부족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일본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 협력업체를 키워내는 등 배터리 산업 전반의 인프라를 제대로 닦고 육성하는 체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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