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파동’ 3년 후…“지금은 유기농 新춘추전국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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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9월 24일 0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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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A씨(31)는 최근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프로그램 방영 전후는 물론 중간광고 시간대에도 유기농 생리대 TV광고가 빠지는 법이 없었던 것이다.

해당 아이돌은 최근 10대는 물론 20~30대 이상 성인 여성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유기농 생리대 광고가 구매력이 있는 여성 팬들을 겨냥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기는 어렵지 않았다.

A씨 역시 몇 번의 ‘생리대 파동’이 일어난 뒤로는 줄곧 ‘유기농’ 표기가 된 생리대만을 쓰고 있어, 해당 광고들을 더 유심히 보게 됐다. A씨는 “(생리대) 전성분은 어려워서 못 보지만 유기농인지 아닌지는 꼼꼼히 따지고 있다”며 “예전에는 그런 걸 신경쓰지 않았는데 생리대 파동 이후로는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서 그렇다”고 말했다.

A씨와 같이 ‘안전한 생리대’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생리대 시장에서 유기농의 비중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한 대학 연구팀과 환경단체의 고발에서 시작된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 이후 약 3년이 지난 지금, 생리대 제품군에서 유기농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물론 관련 제품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24일 11번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기농 생리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3% 증가했다. 전체 생리대 매출이 30.8%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9.5%포인트(p) 앞선 셈이다.

이에 따라 전체 생리대 매출에서 유기농 생리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3.4%로 전년 동기(31.2%)보다 2.2%p 상승했다.

11번가 관계자는 “11번가 외 전체 시장에서도 유기농 생리대의 비중은 꾸준히 높아져 왔다”며 “유기농 프리미엄 라인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늘어나는 데 더해, 각 브랜드사에서 기존에 없던 유기농 라인을 개발하는 등 (시장의) 변화를 현장에서도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한킴벌리, 깨끗한나라 등 국내 주요 생리대 제조·판매사들은 최근 몇 년에 걸쳐 ‘유기농’과 ‘친환경’ 키워드를 앞세운 제품들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국내산 생리대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을 버리지 못해 해외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을 돌려 세우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에서 제조되고 해외에서 직구·수입되는 생리대 총 666개 품목(61개사)을 전수조사,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결론을 내놨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유한킴벌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18년 42.6%로 여전히 건재한 1등이지만, 점유율 과반(57%)을 차지했던 2016년보다는 많이 내려갔다.

이에 유한킴벌리는 기존 시그니처 브랜드 ‘화이트’와 ‘좋은느낌’에 더해 2018년 ‘천연 원료’를 강점으로 내세운 ‘라 네이처’를 선보였다. 각 브랜드별로 탐폰, 패드, 입는 오버나이트, 라이너에 이르기까지 유기농 제품군을 다각화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생리대 파동’ 직전 10% 안팎에 불과하던 판매 비중 역시 크게 늘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유기농·친자연 콘셉트의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정도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깨끗한나라의 경우 시장 점유율이 2016년 12.6%에서 2019년 2분기 6.8%로 급락하는 등 한때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자사 제품인 ‘릴리안’ 생리대의 판매 중단과 회수 사태 등 악재가 이어지며 직격탄을 맞았다.

깨끗한나라는 문제가 됐던 ‘릴리안’ 브랜드를 과감하게 폐기하는 승부수를 띄우며 대대적인 브랜드 재편에 나섰다.

메인 브랜드인 ‘순수한면’은 생리대와 팬티라이너, 탐폰, 오버나이트 등 모든 제품에 ‘100% 유기농 순면’을 사용했다는 점을, 지난 8월 새로 론칭한 ‘디어스킨(Dear Skin)’은 민감한 피부에 닿는 느낌을 편안하게 하는 독자 기술과 순면 커버를 차용했다는 점을 각각 내세우고 있다.

릴리안 생리대 소비자들은 깨끗한나라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이날 오후에는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기존 생리대 제품의 대안이 될 것을 선언하고 나선 신생 업체들의 부상도 주목할 만하다.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한인 여성 3명이 설립한 유기농 여성용품 스타트업 ‘라엘’이 대표적이다.

라엘 생리대는 ‘100% 텍사스산 유기농 순면 제작’ 등 안전성을 내세운 적극적 마케팅에 힘입어 아마존 유기농 카테고리 내에서 1위를 달성했다. 출시 1년만에 20만팩을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소비자평가에서도 4.9점(5점 만점)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오피스를 설립한 2018년 4월 이후에는 랄라블라, 올리브영 등 주요 H&B(헬스앤뷰티) 스토어는 물론 오픈마켓에 입점하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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