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저축은행들이 잇따라 정기예금 금리를 인상했다.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주문으로 신용대출 옥죄기에 나선 가운데 저축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은 수신 규모를 늘려 여신 여력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말만해도 전무했던 연 2%대 저축은행 예금상품은 약 2개월만에 36개로 늘어났다.
27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OK저축은행은 정기예금 금리를 기존 연 1.6%에서 연 1.9%로 0.3%p 올렸다. 지난 14일 1.5%에서 1.6%로 0.1%p 올린지 11일만에 추가 인상했다. 이달에만 총 0.4%p 올렸다.
같은날 웰컴저축은행도 정기예금 금리를 기존 연 1.6%에서 연 1.8%로 0.2%p 인상했다.
JT저축은행도 지난 22일 정기예금 금리를 연 1.7%에서 연 1.8%로 0.1%p 올린데 이어 24일에는 1.9%로 0.1%p 더 인상했다. 같은 기간 비대면 정기예금 금리도 두차례에 걸쳐 연 1.8%에서 2.35%로 올렸다. 금융권에서 단기간 내 예금금리를 0.55%p 올린 경우는 이례적이다.
저축은행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도 지난 11일 정기예금 금리를 연 1.70%에서 1.90%로 0.2%p 올렸다. 이달 1일에도 연 1.60%에서 연 1.70%로 0.1%p 올린 바 있다. 이달에만 정기예금 금리를 0.3%p 인상한 것이다.
대형 저축은행들이 앞다퉈서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면서 이달 초 연 1.65%에 불과했던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정기예금 금리는 25일 1.78%로 0.13%p 급등했다.
지난 7월 말만 해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저축은행업계에서 연 2%대 금리의 예금상품이 모두 사라졌었다. 그러나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25일 현재 36개의 상품이 연 2%대의 예금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이 공격적으로 정기예금 금리를 인상하는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했다. 우선 최근 공모주 열풍이 불면서 저축은행의 수신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된다. 또 고금리 예금을 기대하고 저축은행을 찾았으나 최근 급격히 낮아진 금리를 보고 발길을 돌린 고객들도 많다. 이런 고객들을 되찾아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또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 중 다수가 저축은행을 찾을 것으로 보고 여신 여력을 확보해두기 위한 목적도 있다. 올해부터 저축은행에도 예대율 규제가 도입돼 소비자가 맡긴 예금에서 110%까지만 대출을 집행할 수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신용대출 문턱을 계속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저축은행들이 이 중 일부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행스럽게도 일시적인 현상에 그쳤지만, 최근 카카오게임즈 등 공모주 청약이 있었을 당시 순식간에 많은 자금이 이탈해 가슴졸였던 적이 있었다”고 했다. 또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초저금리 시대인 만큼 금리를 더 올리기는 어려울 것 같고, 연 1.8~2%대 초반 수준에서 당분간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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