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다중대표소송제에 떠는 중견기업 지주사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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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지분 0.01%로 자회사 소송’… 상법 개정안 통과땐 송사에 무방비
시총 낮은 기업, 소액으로도 줄소송

‘한국콜마홀딩스 4000만 원, 풀무원 4200만 원, 영원무역홀딩스 5600만 원.’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들 중견기업의 지주사 지분을 4000만∼5000만 원어치(2019년 말 종가 기준)만 확보해도 지분이 하나도 없는 자회사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상장 모회사 지분 0.01% 보유 시 모회사가 지분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에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27일 동아일보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자산 5조 원 미만의 상장 지주회사 60곳(금융그룹 소속 제외)을 전수 조사한 결과 16억8105만 원이면 60개 지주사가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 229곳에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의 경우 약 320만 원만 있으면 자회사 3곳에 대한 소송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정부는 소액주주들의 대주주 견제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도입 취지를 밝히고 있지만 자칫 지주사 시가총액이 낮은 중소·중견기업들이 줄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재계에선 소액으로도 중소·중견기업 자회사에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사나 투기자본이 주식 시세차익 등을 노리고 얼마든지 소송을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계는 다중대표소송제뿐만 아니라 현재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경제법안이 각종 소송 및 고소·고발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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