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사 직원 A씨는 요즘 국민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해 보육교사자격증 수업을 듣고 있다. 휴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서다. A씨는 “휴직 첫 달엔 쉬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었지만, 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불안감이 커졌다”며 “언제 칼바람이 몰아칠지 모르는 상황이라 평소 관심 갖고 있던 자격증을 따놔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른 항공사 직원 B씨는 휴직 중이던 지난여름 제주도에서 ‘한 달 살이’를 해봤다. 평일, 주말 저녁에는 해변 인근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여유 시간에는 서핑을 즐겼다. B씨는 “쉬는 기간 평소 꿈꿨던 일을 해보고 싶었다”면서도 “현실로 돌아오니 다시 막막해진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항공업계 비상경영도 지속되고 있다. 대부분 업체가 지난 4월부터 유·무급휴직, 순환휴직을 실시 중이며 이미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한 회사도 나와 업계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휴직 6개월 넘게 지속…‘몰래 알바’에 월세방 ‘단기 임대’ 내놓기도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휴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스케줄 근무 방식인 객실 및 운항승무원은 복직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한된 인력 운영 속에서 일을 하려는 희망자는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에 생계유지를 위해 ‘몰래 알바’에 뛰어든 경우도 적지 않다. 4대 보험에 가입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동네 카페나 딜리버리 서비스 등 소일거리 정도다.
B씨는 “4대 보험에 가입하게 되면 회사에 통보가 가게 되고 ‘겸업 금지’ 회칙에 위배돼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며 “실제 휴직 중 백화점에서 몰래 근무하다가 퇴사당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자녀의 학비 등 고정 지출이 많은 40~50대 직원들은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는 이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또 연차가 많은 조종사들은 퇴직을 앞당기는 경우도 있다. 국내 LCC 60대 기장 C씨는 “원래 정년이 65세라 그때까지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휴직 기간도 길어지고 일도 많이 없어 올해까지만 하고 퇴직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 종사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강서구 마곡동, 가양동 일대에는 ‘단기 임대’로 방을 내놓은 직원들도 나타나고 있다. 휴직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월세를 충당하기 버겁기 때문이다.
실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이같은 내용의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작성자는 “휴직이 계속 길어져서 본가에 내려와 있다”며 “11월부터 단기로 방을 구하는 분 있으면 말해 달라”고 말했다.
◇정부 고용유지지지원금 11월 종료…실업대란 현실화
현재 대부분의 항공사 직원들은 ‘유급휴직’으로 쉬는 중이다. 특별고용업으로 지정돼 휴직급여(평균임금 70%)의 최대 90%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달 말부터는 대부분 LCC에 정부 지원금 지급이 종료돼 11월 이후에는 무급휴직 전환, 정리해고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욱이 지난달 초에는 이스타항공이 600여명을 정리한 것을 두고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조종사, 승무원은 그간 대표적인 인기 업종으로 꼽혔지만 코로나19로 업계 불황이 가중되면서 새 직장을 찾기도 쉽지 않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반직은 업무경험을 살려 다른 직종으로의 이직이 가능하겠지만, 승무원이나 조종사의 경우는 업황이 살아날 때까지 버티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라며 “특히, 15~20년 이상되는 고연차들은 아예 다른 일을 찾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한편,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항공사들은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잇달아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다. 앞서 제주항공이 8월 1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마무리했고, 진에어는 105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도 각각 720억원, 891억원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상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손대는 게 인력 감축”이라며 “직원들도 이를 알기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다. 자구노력으로도 버티는 데 한계가 있어 하루빨리 업황이 회복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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