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 보안팀 운영 36%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7일 03시 00분


매년 기술 5, 6건 경쟁국 넘어가… 산업기술 유출은 年 20건 넘어
전담 임원 둔 업체는 6% 그쳐

반도체 소재 전문기업 A사는 지난해 말 연구개발을 함께하던 교수가 반도체 관련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것 같다는 제보를 받았다. 해당 기술은 경제적 가치가 커서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국가 핵심기술로 중국 손에 넘어가면 한국과의 반도체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이었다. A사는 해당 교수를 의심하고는 있었지만 감시 또는 정황을 알아볼 사내 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결국 사내 보고를 거쳐 일주일이 지나서야 수사 기관에 의뢰했고 현재 사건을 수사 중이다.

국내 산업의 핵심 기술이 경쟁 외국 기업과 국가로 유출되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기업 내 보안전담 부서를 만들거나, 보안전담 임원을 두는 등 보안조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산업기술 유출 사건은 2013년부터 해마다 20건 넘게 발생하고 있다. 유출되면 피해가 큰 반도체 등 국가 핵심기술 유출 사례도 매년 5, 6건에 이른다. A기업의 경우 보안전담 조직이나 보안전담 임원이 있었다면 의심단계에서 유출을 막거나 빠른 조치를 할 수 있음에도 전담 조직이 없어 사태를 키운 것이다.

6일 한국산업보안한림원이 국가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연구기관 등 전체 143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무 이상의 직급으로 사내 보안 및 보안 규정을 총괄하는 보안전담 임원이 있는 곳은 143개 중 8개(5.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안을 전담으로 하는 팀과 부서를 보유한 곳도 51개사(35.6%)였다. 대부분의 기업과 연구소는 보안 담당 임원이나 책임자가 총무와 기획 등의 업무를 겸하고 있었고, 보안 조직도 부서별 보안 담당자를 두거나 특정 부서에 일부 파트로 두고 있는 정도였다. 애플과 IBM, 구글, 화웨이,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은 보안만 전담하는 부사장급 임원을 두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우식 한국산업보안한림원 회장은 “크고 작은 정보유출 사고가 계속되고 있지만 국내 회사 경영진은 보안전담 조직의 필요성에 둔감하다”며 “전문성 있는 임원급 책임자와 조직을 갖추는 것은 이제 필수적인 시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국가핵심기술#보유 기업#보안팀#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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