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깜짝 실적…2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12조원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8일 18시 48분


삼성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3분기(7~9월)증권가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거둔 것은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사업 등 주력 사업들의 고른 활약 덕분이다. 한국을 비롯해 북미·유럽 등 주요 시장의 소비활동이 되살아나며 건조기, TV, 스마트폰 판매가 전분기 대비 크게 늘었고 데이터센터, PC 중심의 반도체 수요도 견조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3분기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매출 기록에 달하는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은 것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힘’이 갖춘 저력이 발휘된 덕분”이라며 “또한 코로나19로 해외 시장별로 소비 트렌드가 급변했는데 삼성전자는 능동적으로 글로벌 공급망관리를 운영했고, 마케팅 방식도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등 효율적으로 대처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사업부분 영업이익이 전 분기(1조9500억 원) 대비 2배가 넘는 약 4조6000억 원을 달성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가전사업을 담당하는 CE사업부분도 2016년 2분기(4~6월)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 사업 모두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일으킨 펜트업(pent-up·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 효과 덕분이다.

실제 국내 시장만 보더라도 해외 여행이 막히고, 스포츠 경기 관람 등 대외 활동마저 어려워지자 ‘집 안’에 투자하는 소비활동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7월 한 달 동안 역대 최고 건조기 판매 실적을 달성했고, 비스포크 냉장고의 인기에 힘입어 상반기 냉장고 사업 성장률도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 75인치 이상의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 판매도 매월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스마트폰도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으로 경쟁사인 중국 화웨이가 유럽 시장에서 주춤하고 있고, 인도 내에서 반중정서 확대에 따른 반사이익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 노트20시리즈, 갤럭시 Z 폴드2 등이 시장의 좋은 반응을 얻은데다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갤럭시A시리즈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시장 점유율도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40% 증가한 80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사업부문은 2분기와 비슷한 5조500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예상된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제품 가격이 소폭 하락했지만 중국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제재 직전 반도체 재고를 쌓아두기 위해 반도체를 대량으로 구매하면서 출하량이 단기적으로 증가한 요인이 컸다. 또 온라인 교육, 원격근무, 화상회의 수요가 증가하는 등 ‘재택경제가 활성화’된 것도 요인이다.

삼성전자가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거뒀지만 4분기(10~12월) 실적까지 장담하기는 어렵다. 전통적으로 4분기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으로 전자업계의 성수기로 꼽히지만 미중 무역갈등, 코로나19 등 경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들이 곳곳에 산재해있기 때문이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장(사장)도 7월 기자들과 만나 “펜트업 효과는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경기 차제가 얼어붙으면 어려워진다. 4분기부터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현상이 반영될 수 있어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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