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 불황이 지속됐던 1·2분기 사업자가 유례없이 증가했다. 통신판매업과 식재료 관련 업종 등 언택트 산업과 관련된 업종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유흥시설과 숙박업 등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이를 두고 “경기 불황에 따라 실직자들이 자영업 시장으로 유입된 결과”라면서 “코로나19로 자영업 시장이 변화하고 있는 현실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0대 업종 증가량의 절반이 통신판매업
국세청이 매달 말 발표하는 역대 ‘100대 생활업종 현황 총괄표’를 분석한 결과 100대 생활업종은 코로나19가 확산된 올해 2분기 4만 9627개 증가했다. 이는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7년 9월 이래 최대 증가 기록이다. 이전까지 100대 업종 최대 증가 기록은 3만 6529개 증가를 기록한 2019년 2분기였다. 국세청이 지난달 28일 7월 한 달 동안 관련 사업자가 1만 8003개가 증가했다고 발표한 만큼 향후 자영업자 증가 추세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사업자 증가폭이 높은 10대 업종은 △통신판매업 △한식전문점 △커피음료점 △부동산중개업 △교습소·공부방 △실내장식가게 △피부관리업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미용실 순이다. 가장 많은 증가량을 기록한 ‘통신판매업’의 경우 올해 7월까지 사업자가 4만 4621명 증가해 100대 업종 사업자 증가량의 50.3%를 치지했다. 지난해 2분기 통신판매업 사업자는 24만 2982명이었으며 1년 만에 사업자 수가 6만 3013개 늘며 25.9% 증가했다. 별도 매장 없이 온라인 통신망을 통해 상품을 소매하는 업종이 이에 해당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소비가 증가하면서 관련 산업으로 뛰어든 사업자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7월 한 달 간 통신판매업 사업자가 1만 여 명 늘어났기 때문에 향후에도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자 증가폭이 컸던 대부분의 업종의 경우 이전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온 업종이었다. 특히 교습소·공부방 업종의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올해 2분기 해당 업종 사업자는 2658명 늘어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전까지 최대 증가폭 기록은 1097명을 기록한 2019년 1분기였다. 올해 7월까지 교습소·공부방 사업자 수는 3988명 늘어 지난해 연말 대비 11.7% 증가했다. 교습소와 공부방은 소규모로 운영되는 탓에 코로나19 감염이 일반 학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8월 30일부터 2주간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상황에서도 학원과 달리 10인 미만으로 운영되는 교습소는 집합금지 행정명령 대상이 아니었다.
식재료를 취급하는 업종 역시 코로나19 국면에서 성장세를 보였다. 100대 생활업종 중 관련 분야에 속하는 △식료품가게 △정육점 △과일가게 △채소가게 △생선가게 △곡물가게 △건어물가게 모두 올해 2분기 사업자 수가 증가했다.
특히 식료품가게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식료품가게 사업자 수는 2018년과 2019년 각각 2768명·1608명 씩 감소했다. 2019년 2분기를 제외하고 매 분기 사업자 수가 감소해왔던 식료품가게는 올해 2분기 사업자 수가 455명 늘며 역대 최대 증가 기록을 갱신했다. 식료품가게 사업자는 7월에도 99명이 증가하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부터 매분기 늘던 여행업소 올해 극감
전체 업종에 뛰어든 사업자 수가 전례 없이 증가했지만 상당수 업종은 침체를 겪었다. 사업자 하락폭이 큰 하위 10대 업종은 △호프전문점 △간이주점 △노래방 △구내식당 △옷가게 △기타음식점 △여관·모텔 △슈퍼마켓 △담배가게 △여행사 순이다. 주점 등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코로나19 방역수칙이 적용됨에 따라 관련 업종이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업자 감소폭은 주류업에서 두드러졌다. 호프전문점 사업자가 올해 1·2분기 각각 1033명, 688명 줄어 최대 감소를 기록했다. 대폿집과 선술집 등이 속하는 간이주점이 같은 기간 575명, 458명 감소해 뒤를 이었다. 그 결과 호프전문점은 지난해 연말 대비 올해 7월 사업자 수가 5.5% 감소했고 간이주점은 7.9% 줄었다.
올해 큰 감소세를 보인 업종들은 대부분 이전부터 하락세를 이어가던 업종이었다. 다만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월부터 감소 폭이 커져 불황 업종에 코로나19가 기름을 부은 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간이주점의 경우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사업자 감소 폭이 1000 단위에 달했다. 호프전문점의 경우 1분기에만 1000 곳이 넘는 사업자가 줄어들며 기록을 갱신했다.
여행사의 경우 여타 업종과 달리 코로나19가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여행사는 2018년 이후 매 분기 사업자 수가 늘었다. 하지만 올해 1·2분기 여행사는 감소세에 접어들며 사업자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외교부가 3월 해외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하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리고, 입국자의 경우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가져야 하는 등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에 따르면 올해 5월 153개국이 한국발 입국을 금했다. 한국발 입국 금지는 지난달 29일 기준 74개 국가·지역으로 감소했다. 이들 나라 대부분은 모든 외국인 입국을 금했다.
노래방 역시 코로나19 고위험시설로 지정돼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 사업자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고위험시설의 경우 거리두기 2단계 상황에서 영업을 제한한다. 노래방의 영업금지는 진행형이다. 방역당국은 추석특별방역기간을 선포해 오는 11일까지 수도권 내 고위험시설에 대한 영업을 금지했다.
“맞춤형 자영업 정책을 펼쳐야”
전문가들은 자영업의 유례없는 증가폭이 경기 불황에 따른 결과라 지적한다. 경기 불황으로 늘어난 실직자가 자영업 시장으로 몰렸다는 이유에서다. 이 과정에서 통신판매업의 급증 등 자영업 시장에서 변화가 나타나는 만큼 정부의 맞춤형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에 새로 유입된 사업자는 대부분 기존 사업장이 문을 닫거나 인원을 감축해 자영업 시장으로 내몰린 생계형 자영업자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서 대면 업종을 운영하는 사업은 감소하는 반면 플랫폼 등을 활용하는 비대면 사업은 확산세에 접어들었다. 자영업 시장이 구조조정 되고 있는 셈”이라면서 “정부는 자영업자에 대한 재정 지원만 펼칠 뿐 시장에 기반한 정책은 펼치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의 변동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에 맞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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