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약 1년 6개월 만에 종가기준 1150원선이 무너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부양 조치를 시사하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영향이다. 원화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중국 위안화 강세 추세도 주요 요인이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5원 내린 1146.8원에 장을 마쳤다. 종가기준으로 1150원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4월 23일 1141.8원 이후 처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부터 1140원대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장 중 기준 1140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7월 1일(1148.9원) 이후 15개월 만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부양책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가, 지난 8일(현지시간)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를 통해 더 큰 규모의 부양책을 시사했고, 지난 9일에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코로나19 지원협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그 규모가 “커진다!(Go Big!)”고 말했다.
이에 안전자산보다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확산되며 지난 주말 뉴욕 증시도 상승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61.39포인트(0.6%) 오른 2만8586.90을 기록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은 30.31포인트(0.88%) 상승한 3477.14, 나스닥 지수는 158.96포인트(1.39%) 오른 1만1579.94로 장을 마쳤다.
이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전일대비 0.99% 절상된 6.7126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상승했다는 의미다.
국내 증권사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 불확실성과 위안화 강세를 원/달러 환율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꼽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올 연말 1120원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이미 1150원을 하향돌파했는데, 이후 지지선인 1120선까치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한다”고 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제 상황, 해외로부터의 자금 유입 확대 등을 바탕으로 위안화는 강세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위안화 강세가 가파르게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달러/위안 하락이 완만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된 배경은 원화 고유의 요인이 아니라 8월 중순 이후 진정세를 보이던 글로벌 달러화 약세 추세가 9월 말 이후 재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보다 직접적으로는 10월들어 바이든과 트럼프 간 지지율 격차가 두 자릿수까지 확대되며 ‘블루웨이브’(민주당이 대통령과 상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모두 차지하는 경우) 시나리오 가능성이 빠르게 커졌고, 국경절 연휴 직후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환율을 이틀만에 약 1.5% 절상 고시한 점”이라며 “올해말 원/달러 환율은 1120원, 내년말에는 1050원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외국인 매수에 힘입은 코스피지수 상승도 원/달러 환율 하방 압력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77p(0.49%) 오른 2403.73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379억원, 840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2342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88p(0.22%) 오른 873.50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이 2021억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71억원, 1539억원을 순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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