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일부 주식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식의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도입을 추진한다. 내년 3월까지 금지된 주식 공매도를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선택적으로만 허용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공매도를 부분 제한하는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가 도입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을 외면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금감원은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업무현황 보고에서 “홍콩 사례 분석을 통해 공매도 가능 종목 지정제도의 국내 도입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시세 장악이 용이하고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소형주에 대한 공매도 제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홍콩식 공매도 제도를 검토해볼 만하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공매도는 한마디로 ‘없는 주식을 판다’는 뜻으로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 주식을 기관 등에서 빌려 팔고 결제일이 되면 해당 주식을 돌려주는 식으로 차익을 얻는 투자 방식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폭락하자 6개월간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8월 말에는 이를 내년 3월 15일까지 6개월 추가 연장했다.
홍콩의 공매도 가능 종목 지정제도는 시가총액이 적은 회사 등 공매도에 따른 주가 변동성이 크거나 가격 조작이 상대적으로 쉬운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1994년 17개 시범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도입됐다. 현재는 전체 상장 종목의 약 30%에 공매도가 허용되고 있다.
금감원은 이날 “금융위와 제도 도입 여부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협의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도입 결정권을 쥐고 있는 금융위 내에서는 공매도 제한을 지속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외국계 운용사나 투자자들이 국내시장에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공매도를 금지한 국가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정도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과열 방지 등 공매도 제도의 순기능이 적지 않은 데다 외국계 회사들의 공매도 금지에 대한 반발도 거센 형편”이라며 “금융 중심지 전략도 포기할 수 없는 당국으로서는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윤 원장은 인사말에서 “빅테크 등 새로운 시장 참여자의 등장이 소비자 피해나 불안을 유발하지 않고 시장 참여자 간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합리적인 감독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동일행위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따른 규제 차별 사례를 살펴보고 빅테크 종합 감독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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