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부터 20년간 현대자동차그룹을 이끈 정몽구 명예회장(사진)은 한국 자동차산업의 글로벌화를 이끈 주인공이다. 해외에서 ‘싼 차’ 이미지가 강했던 한국 자동차는 정 명예회장의 시대를 거치면서 미국 독일 일본 등 해외 선발 주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품질 좋은 차’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이 시기 현대차는 세계 5위 메이커에 올라섰다.
‘도전의 역사’로 부를 만한 이 시기가 정 명예회장에게도 그리 녹록지만은 않았다. 2000년 8월 현대그룹에서 현대차 등 10개 계열사를 별도로 분리했을 때만 해도 새 사옥을 마련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해 11월에야 농협중앙회로부터 지금의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을 2300억 원에 사들여 ‘현대차그룹’의 첫발을 힘겹게 뗐다.
정 명예회장은 분할 당시 자산 34조400억 원의 ‘자동차 소그룹’이었던 현대차그룹을 20년 만에 자산 234조7060억 원이라는 국내 2위 기업집단으로 일궜다. 한보철강을 인수해 현대제철에 합병하며 쇳물 생산부터 제품 생산까지를 아우르는 ‘일관제철소’의 꿈을 일궈냈다. 이후 안정적인 철강재 공급망을 확보하게 됐다. 또 경영난에 시달리던 기아차를 인수해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로 키웠다. 2011년에는 그룹의 출발점이었던 현대건설을 채권단으로부터 되찾아오면서 자동차와 부품, 건설을 아우르는 외형을 갖췄다.
정 명예회장은 ‘Hyundai(현대)’ 브랜드를 세계에 각인시키기도 했다. 미국 체코 브라질 등에 완성차 공장을 세웠고, 어디서든 차량을 균일하게 생산하는 ‘표준공장 건설 시스템’을 확립했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10년 10만 마일(약 16만 km) 보증’이라는 파격적인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재계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지만 조언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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