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합병' 이재용 첫 재판…'국정농단' 재판도 곧 재개
4년 넘는 사법리스크 이어지며 '미래 준비' 집중력 저하
시간 부족한 이재용 부회장, 유럽·베트남 등 출장 '분주'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재판절차가 22일 시작된다. 이와 별개로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도 오는 26일 재판을 재개해 이 부회장은 10월에만 두 개의 재판을 받게 됐다.
정식 재판에 앞서 향후 심리 계획을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다. 베트남 출장 중인 이 부회장은 불출석한다.
◇‘승계 의혹 이재용 부회장 첫 재판…향후 치열한 법정공방 예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이날 오후 2시 이 부회장의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해당 재판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등 11명이 피고인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을 시작하기 앞서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입증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다.
재판부는 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공소 요지를 들은 뒤 이에 대한 이 부회장 등의 입장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향후 정식 재판에서 조사할 증인 등을 정리하는 등 심리 계획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에게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삼성그룹이 ’프로젝트 G‘라는 승계계획을 마련하고, 미래전략실 주도로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도록 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서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 임원 등이 바이오젠이 보유하고 있던 콜옵션 권리 등 주요사항을 은폐해 거짓 공시하도록 하고, 2015년 재무제표에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해 바이오로직스 자산을 과다 계상하게 한 것이 외부감사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삼성 측은 ’프로젝트 G‘ 문건 그 어디에도 불법적인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으며, 합병은 ▲정부규제 준수 ▲불안한 경영권 안정 ▲사업상 시너지 효과 달성 등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 경영활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재판 과정에서 삼성물산 합병의 불법성을 두고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과 별개로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역시 재판이 멈춘 지 9개월 만인 오는 26일 공판을 재개한다.이 부회장 등의 파기환송심은 지난 1월17일 공판이 열린 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편향 재판‘ 등을 이유로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 한동안 중단됐었다.
◇경영 불확실성에…긴장 늦출 수 없는 삼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두 개의 재판 일정을 앞두며 삼성 전반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내년도 사업 계획 수립에 본격 나서야 할 연말을 앞두고 한창 바쁜 시기에 이 부회장이 재판 준비에 몰두할 수밖에 없어 경영 불확실성이 더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베트남 출장 중인 이 부회장은 다음달 본재판이 시작되면 직접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이 부회장이 두 건으로 법정에 서야 하는 상황이 되며 삼성은 당분간 또 다시 재판 준비에 매진하게 됐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1월 이후 무려 4년 가까이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까지 검찰에 10차례나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구속영장 실질심사만 3번 받았다. 특검 기소에 따른 재판은 무려 80차례 열렸고, 이 가운데 이 부회장이 직접 출석한 재판은 1심에서만 53차례를 포함해 총 70여차례에 달했다. 향후 몇 년간 이 부회장이 재판 일정에 얽매이게 돼 삼성의 경영 활동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단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기업이 모든 역량을 결집해도 위기 극복이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경영 공백이 미래 경쟁력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추후 법정에서 무죄가 선고된다고 해도 그 동안 총수의 경영 공백이 생긴 삼성 입장에선 경영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지면서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게 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시간 부족한 이재용 부회장, 유럽·베트남 등 해외 현장 경영 ’분주‘
이달 줄줄이 잡힌 재판 일정을 앞두고 이 부회장은 잇단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코로나19 여파로 5개월간 중단됐던 글로벌 현장경영 재개로, 재판 일정 및 준비에 따른 제약이 덜한 상황에서 현장 경영을 서두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여파로 발이 묶인지 5개월여 만인 지난 8일 네덜란드로 출국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독점 공급하는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의 본사, 스위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을 방문했다.
네덜란드 출장에서 돌아온 지 닷새 만인 19일 오후에는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최대 생산 기지인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베트남 출장길에 오르는 것은 2018년 10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20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단독 면담을 가졌다. 이 부회장과 푹 총리의 면담은 이번이 세 번째다. 두 사람은 2018년 10월 이 부회장의 베트남 방문과 지난해 11월 푹 총리의 한국 방문 당시 면담을 가졌다.
베트남 응우옌 쑤언 푹 총리가 베트남 출장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삼성의 반도체 투자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푹 총리는 삼성전자 제품의 베트남 생산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베트남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연구개발(R&D)과 생산확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을 요청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재판과 함께 국정농단 사건 재판 등 두 개의 굵직한 재판을 병행해야 하는 삼성은 장기화 되는 사법 리스크 속에 향후 기업 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인수합병(M&A), 대규모 투자 등 굵직한 사안을 집행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업계는 미국의 엔비디아가 영국의 ARM 인수에 팔걷었고, SK하이닉스가 미국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미래를 위한 새판짜기에 분주한 상황”이라며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와 메모리 1위를 지키기위해 머뭇거릴 시간이 없는 삼성과 이 부회장은 재판이라는 다른 장애물에 버거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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