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퇴직한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해외 독점규제법은 기업 경영활동에 대한 형사처벌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한국만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지철호 전 공정위 부위원장(59·사진)은 23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핵심인 ‘전속고발권 폐지’와 관련해 “처벌에만 치중하면 기업의 자율과 창의를 저해해 경제 자체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재직 시절 ‘재계의 저승사자’로까지 불렸던 지 전 부위원장이 기업에 대한 형사처벌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전속고발권 폐지 이후 고발이 남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는 “지금도 공정위가 가벼운 입찰 담합 등 웬만한 사안을 모두 고발하고 있는데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검찰과의 중복 조사로 기업 활동이 엉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대해선 경쟁당국의 고발이 있어야 검찰의 기소가 가능하게 한 제도다. 전속고발권을 시행 중인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하지만 2010년 이후 공정위가 기업을 고발한 건수는 575건인 반면에 일본 경쟁당국의 고발 건수는 4건에 그친다.
지 전 부위원장은 “일본은 악질적인 담합 범죄나 정부가 내린 중지, 금지 등의 명령을 위반했을 때만 고발한다”며 “독일 중국 등은 독점규제 위반에 대해 대부분 형사벌칙을 규정하지 않거나 일부 위반 행위에만 제한적으로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지 전 부위원장은 30여 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8월 퇴임했다. 세계 각국이 독점을 어떻게 규제해 왔는지를 다룬 책 ‘독점규제의 역사’를 발간하는 등 관련 제도를 연구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