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25일 향년 78세의 나이로 별세하면서 삼성그룹의 계열분리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故 이병철 선대회장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력 계열사는 이건희 회장에게 집중해줬지만, 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과 이명희 신세계 회장 등 다른 자녀들에게도 계열사를 분리해줬다. 제일제당과 신세계 등이 범삼성가로 분류되는 이유다.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면서 삼성그룹의 일부 계열사도 분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과 생명 등 주력 계열사를 상속해 경영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일부 계열사를 물려받아 독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부진 대표는 호텔신라에 꾸준히 애정을 보여 왔으며, 이서현 이사장은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과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특히 고 이 회장이 평소 두 딸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표시해 왔다는 점에서 이같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이 회장이 대외 행사 때 두 딸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유언장을 통해 일부 계열사를 상속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분구조상 계열분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분기 말 기준 호텔신라의 주요주주는 국민연금(10.1%)을 제외하면 삼성생명(7.43%), 삼성전자(5.11%) 등이다. 삼성물산은 이재용 부회장이 17.4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부진·서현 자매가 지분을 갖고 있지 않는 상황이어서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이건희 부회장의 지분 상속 과정에서 계열사의 지분이 교환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이 회장은 지난 23일을 기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지분 가치만 18조2250억원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삼성생명 4151만9180주(20.76%), 삼성전자 2억4927만3200주(4.18%), 삼성물산 542만5733주(2.86%), 삼성전자우 61만9900주(0.08%), 삼성SDS 9701주(0.01%) 등이 있다.
이부진·서현 자매의 경우 삼성물산 지분을 각각 5.6%씩 보유하고 있다. 또한 삼성SDS 지분도 각각 3.9%씩 가지고 있다. 추후 상속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지분 교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 다른 주요기업들도 이 과정에서 형제·자매들간 지분 맞교환이 이뤄진 사례도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삼성전자 등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도록 몰아주고, 호텔신라를 비롯한 다른 계열사를 이부진 대표와 이서현 이사장에게 맡기는 식으로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