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vs 금융사, 전쟁의 시간 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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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동아 뉴센테니얼 포럼]
‘경제 석학’ 타일러 카우언 美조지메이슨대 교수 인터뷰

타일러 카우언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대형 은행과 대형 기술기업 간 관계가 공존에서 경쟁으로 빠르게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타일러 카우언 교수 제공
타일러 카우언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대형 은행과 대형 기술기업 간 관계가 공존에서 경쟁으로 빠르게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타일러 카우언 교수 제공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와 빅파이낸스(대형 금융기업)의 만남은 결국 공존보단 전쟁으로 귀결될 겁니다.”

‘세계 100대 사상가’로 꼽히는 경제학자 타일러 카우언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58)는 25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빅테크는 소프트웨어, 빅파이낸스는 예금 고객관계 대출 등에 경쟁력이 있다. 이 기능들이 영원히 분리된 채 남아 있진 않을 것”이라며 대규모 ‘규제 전쟁(regulatory battle)’을 예고했다. 그는 29일 ‘빅테크의 도전과 금융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제2회 동아 뉴센테니얼 포럼’ 기조 강연자로 나선다.

○ 공존에서 충돌로… 규제 전쟁 발발

카우언 교수는 빅테크 기업들의 강점으로 소프트웨어, 빅데이터 등의 기술력과 ‘고객 관심(customer attention)’이라는 시장의 희소한 가치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구글 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들은 고객 관심을 활용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판매하려고 하며, 대형 은행의 영역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우언 교수는 “처음에는 (빅테크와 빅파이낸스의) 협력이 많아지다가 궁극적으로 합병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시장 영역을 분리하고 있는 ‘칸막이 규제’는 빅테크와 빅파이낸스의 공존을 가능하게 하지만 정보기술(IT)과 금융을 기반으로 각각 성장한 이들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카우언 교수는 “결국 누가 그 일을 할 권리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거대한 규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시장 환경이 달라지는 만큼 ‘은행업’도 새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카우언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미국 전자결제 업체 ‘페이팔’에 넣어둔 돈은 현재 미국법상으로는 ‘예금’이 아니다. 하지만 내겐 은행 속 예금을 갖고 있는 것과 똑같이 받아들여진다”고 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현금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사라지고, 사람들이 IT 기업에 감정적으로 더 가까워질 것으로 예측했다.

검색 알고리즘 조작으로 당국의 제재를 받은 네이버처럼 IT 기업이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구글이 반독점 위반 혐의로 소송을 당한 것처럼 그런 행동을 하는 기업들은 법적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 “한국 스타트업의 지속적 성장 중요”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몇 명이 프로그래머 출신인가요? 성공적인 애플리케이션 등 기술적 업적들이 그들의 이력에 적혀 있나요?”

카우언 교수는 한국 금융기업들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은행 스스로 소프트웨어의 핵심 영역에서 정말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만큼 대비가 돼 있는지 솔직하게 자문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디서든 적절한 전문지식을 빌리든지 사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스스로를 ‘미국 거대 IT 기업의 팬’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금융이 이들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상황에는 우려를 내비쳤다. 카우언 교수는 “중요한 금융 활동이 자국 은행들에 의해 이뤄져야 중앙은행이 규제, 모니터링을 하는 데 있어서도 더 쉬울 것”이라며 “금융 시스템이 미국 중국 등 외국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상황을 방지하려면 한국 스타트업의 성공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우언 교수는 올해 노벨 경제학상 발표를 앞두고 블룸버그에 “노벨상의 가치가 매년 떨어지고 있다”는 칼럼을 써 눈길을 끌었다. 최근 수상자들의 역사적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칼럼을 읽고 이미 노벨상을 받은 두 명이 내게 ‘상처 입었다’는 말을 했다. 그중 한 명은 본인이 기존 최고의 수상자들만큼 훌륭하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타일러 카우언 교수
△1962년 미국 뉴저지 출생 △1987년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조지메이슨대 경제학과 교수 △‘세계 100대 사상가’(2011년 포린폴리시), ‘10년 동안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경제학자들’(2011년 이코노미스트)에 선정 △저서 ‘거대한 침체’ ‘기업을 위한 변론’ 등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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