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위 삼성그룹을 이끈 고(故) 이건희 회장의 장례식이 이틀째 열리고 있는 26일 오후 뜻밖의 인물이 빈소를 찾았다.
각종 대외 행사에서 삼성에 맹공을 퍼부어 ‘삼성 저격수’로도 알려진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홀로 장례식장을 찾은 것이다.
박 의원은 오후 2시 13분쯤 장례식장에 도착해 8분여간 빈소에 머물렀다. 오후 2시 21분 장례식장을 빠져나온 박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에게 위로를 드리러 왔다”며 “삼성이라는 기업에는 응원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혹시나 불편하실까봐 올까말까 고민했다”고도 말했다. 그도 그럴것이 재선의 박 의원은 지난 20대 국회부터 현재까지 삼성을 겨냥한 발언을 잇따라 쏟아낸 ‘삼성 저격수’로 알려져 있다.
지난 6월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의혹으로 수사를 받을 당시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검찰의 명예를 걸고 이재용을 기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이날도 조문을 오기 전인 오전에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연달아 출연해 “이 부회장의 상속 여부는 지켜보는 사람이 많아서 더 이상 꼼수, 편법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부회장과 삼성이라고 하는 기업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박 의원도 “고민했다는 말씀을 드리니 유족들께서 와주셔서 너무 고맙다고 큰 위로가 된다고 해주셨다”고 소감을 전했다.
장례식 이틀째를 맞은 이날 이 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는 전날보다 더 많은 취재진이 모였다. 주요 대기업 총수부터 여야 거물급 정치인들이 대거 집결하는 보기 드문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2시 30분 기준으로 사진 및 취재 기자 100여명이 현장에 자리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장례식 현장을 생중계로 내보내는 일부 유튜버들도 자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장례식장 주변에는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성 수십명이 주요 출입구 앞을 통제하는 모습도 보였다.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꺼리는 비공개 가족장인 까닭에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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