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회장 타계]3대째 내려오는 ‘리더의 덕목’
이병철 선대 회장 휘호-조각품 건네
“삼고초려로 인재 확보 전력투구”
아들 이재용에겐 그림 물려줘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 영접실에는 한 폭의 그림이 걸려 있다. 삼국시대 유비가 제갈공명의 마음을 얻고 그를 기용하기 위해 숨어 살던 공명을 찾아가 ‘삼고초려(三顧草廬)’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이 그림은 2000년대 초반 이건희 회장이 후계자 경영수업을 받고 있던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건넸다.
이 회장은 2003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그림의 의미에 대해 “최고경영자(CEO)는 사람에 대한 욕심이 있어야 한다. 필요한 인재라면 삼고초려, 아니 그 이상을 해서라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 특유의 인재 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가 그대로 담겨 있는 셈이다.
이 회장도 1970년대 후반 이병철 선대 회장에게 ‘경청(傾聽)’이라는 휘호(揮毫)를 전달받았다. 철저하고 빈틈이 없는 성격이었던 이병철 창업주는 이 회장에게 “상대의 말을 주의 깊게 들으며 진심과 의도를 끄집어내야만(경청) 상대방을 설득해 움직일 수 있다” “어떠한 싸움닭이 덤벼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 닭(목계·木鷄)의 초연함과 의연함은 리더의 권위를 만들어낸다”는 조언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응접실에 목계 조각품을 두고 이 가르침을 항상 마음에 새겼다고 알려져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병철 창업주는 셋째 아들인 이 회장을 후계자로 정한 뒤 경청을 직접 휘호해 건넸다”며 “이 회장이 평소 조용하고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성격이 된 데는 이 같은 아버지 이병철의 교육법과 용인술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경청과 목계’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에 ‘삼고초려’를 더해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물려줬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어떤 싸움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말아야 하고, 인재를 구하는 데 전력을 다하라는 가르침은 시대가 흘러도 리더로서 갖춰야 하는 덕목으로 3대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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