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은 이미 지난 8월부터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서 집계하는 전세 거래량이 지난 7월 이후 매달 3000~4000건씩 꾸준히 감소한 것이 수치로 입증됐다. 여기에 전세의 월세화까지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은 혼돈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시의 전세 거래 신고 건수는 지난 8월 이후 계속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인다.
7월 1만2610건으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던 전세 거래량은 8월 8587건으로 3분의 1이 급감했다. 9월에도 5854건으로 비슷한 감소세를 보였다. 10월은 27일 현재까지 3562건이다. 지난해 10월 1만2229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까지 거래량이 감소했다.
업계는 ‘7·10 부동산 대책’으로 본격화한 임대차 3법 중 ‘주택임대차보호법’에 포함된 계약갱신청구권의 영향이 이미 8월부터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세입자에게 기존 계약 보증금의 5% 이내 범위에서 1번의 재계약이 보장됨에 따라 계약 만료를 앞둔 세입자들이 갱신을 택하면서 시장에 공급될 기대 물량이 크게 줄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대차 계약은 신고 의무도 없고 전수 조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판단하기엔 불확실한 통계”라면서도 “시중에 나오는 매물이 줄면서 거래 건수가 줄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위축으로 전세 물량 자체도 크게 줄었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주민센터 또는 대법원에 신고된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작성되는 통계이기 때문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재계약을 하더라도 보증금을 협의해 5% 내에서 인상한다면 인상분만큼의 대항력을 위해 확정일자를 새로 받는다. 재계약 물량도 일정 부분 통계에 잡힐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전세 매물 실종 상황에서 서울 일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월세 매물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 실거래가 통계 사이트‘ 아실’에 따르면 7·10 대책 이후 이날까지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한 힐스테이트클래시안은 월세 매물이 22건에서 166건으로 654.5% 증가했다.
노원구 상계동 꿈에그린도 같은 기간 29건에서 82건으로 182.7%, 서초구 서초동 센트럴아이파크도 53건에서 72건으로 월세 매물 증가가 감지됐다.
계약갱신청구권이 행사되지 않은 물건을 중심으로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내놓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랩장은 “저금리 상황에서 전세의 월세화 추세를 피할 수 있을까 싶다”면서 “(저금리가 지속한다면) 추세는 조금씩 월세화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자본 이득을 용인하지 않고, 주택 보유에 대한 과세가 부담되는 상황에서 집주인으로서는 자본이득을 취하지 못하면 임대 수익이라도 챙기려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이 조사한 ‘9월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률’을 보면 전월(0.12%)보다 대폭 오른 0.78%로 폭등 수준이었다. 이는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치기도 하다.
월세 변동률은 올 2월만 해도 -0.01%였다. 그러나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7월31일) 이후인 8월 0.12%로 확 올랐고 9월엔 0.78%까지 치솟았다.
한편 이러한 시장 상황 해소를 위해 정부의 24번째 부동산 정책이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최근 정부가 전·월세 시장의 불안감 해소를 목적으로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월세 세액공제 확대 등의 대책을 곧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공주택 공급확대는 몇 년 후 효과를 볼 대책”이라고 했다. 그는 월세 세액공제에 대해서도 “취지는 전세에 사는 사람은 보증부 월세로 밀려나면 정부가 세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며 “전세대책은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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