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弔事) 앞에서는 과거, 혹은 현재의 ‘공격수’들도 잠시 공격의 칼을 내려놓고 한마음으로 추모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삼성 저격수’로 불린 정치인들이 찾아 고인을 애도한 것이다.
지난 20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삼성의 지배구조 관련 맹공을 이어가며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례식 이틀째 날인 지난 26일 고인의 빈소를 찾았다.
약 8분간 조문한 뒤 장례식장을 떠난 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에게 위로를 드리러 왔다”면서 “삼성이라는 기업에는 응원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혹시나 불편하실까봐 올까 말까 고민했다”면서도 “고민했다는 말씀을 드리니 유족들께서 와주셔서 너무 고맙다고 큰 위로가 된다고 해주셨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 의원은 조문을 오기 전까지도 ‘삼성 저격수’로의 모습을 여실히 보였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연달아 출연해 “이 부회장의 상속 여부는 지켜보는 사람이 많아서 더 이상 꼼수, 편법은 안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박 의원은 다만 “이 부회장과 삼성이라고 하는 기업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앞서 지난 6월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의혹으로 수사를 받을 당시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검찰의 명예를 걸고 이재용을 기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장례 3일차인 27일에는 과거 ‘삼성 저격수’로 명성을 날렸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빈소를 방문했다. 박 장관은 지난 25일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인과 ‘반도체’ 관련 얘기를 나눈 인연을 남기기도 했다.
박 장관은 이날 조문을 마친 뒤에서도 “고인의 마침표는 반도체에 대한 진한 애착이 만든 글로벌 기업 삼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하며 “30여년 전 대한민국의 먹거리를 반도체로 선택한 그 통찰력이 오늘날의 글로벌 삼성을 만들었다”며 고인을 평가했다.
박 장관은 과거 ‘삼성 저격수’ 인연과 관련해선 “재벌개혁은 잊혀선 안 되는 화두”라면서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재벌개혁은 삼성의 경쟁력, 특히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하는 데에 앞으로도 많은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5일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1942년 대구 출생인 고인(故人)은 1966년 동양방송에 입사한 뒤, 1979년 삼성그룹 부회장에 부임했다. 1987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별세 이후 삼성그룹의 2대 회장으로 올랐다.
이 회장은 이후 삼성을 ‘한국의 삼성’에서 ‘세계의 삼성’으로 변모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 당시 10조원이던 매출액은 2018년 기준 387조원으로 약 39배 늘었다. 이익은 2000억원에서 72조원으로 259배, 주식은 시가총액 1조원에서 396조원으로 396배나 증가했다.
이번 장례는 4일간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28일 발인 예정이다. 장지는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내에 삼성 선영이나 경기도 수원 선영 중 한 곳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