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직접 현대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를 운전한 것이 연이어 화제가 되고 있다. 거대 기업집단의 총수가 직접 운전을 하고, 해당 차량이 중고차인 점 등이 알려지며 이 부회장의 실용 중시 경영 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26일 오후 아버지인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앞에 직접 팰리세이드를 운전해 도착했다. 차에는 이 부회장의 두 자녀도 타고 있었다. 평소 업무용으로 제네시스 ‘G90’을 이용했던 이 부회장이 팰리세이드를 이용했고, 운전기사 없이 직접 운전을 하며 등장하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보험개발원의 중고차 이력 조회 서비스 ‘카히스토리’에 따르면 해당 차량은 2019년 5월 최초 등록돼 지난해 10월 30일과 11월 7일 2차례 소유자가 바뀌었다. 변경된 소유자 명의는 확인되지 않지만 이 부회장의 소유라면 중고차를 산 것이다. 지난해 10월 18일 기준 누적 주행거리는 8444㎞로 5개월 남짓 기간 동안 비교적 많은 주행을 한 차량이다.
이건희 회장부터 이어진 삼성 일가의 자동차에 대한 특별한 관심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 역시 여러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날 직접 타고 온 팰리세이드 역시 ‘인기 차종에 대한 관심’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삼성그룹 경영을 이끌어오면서도 자동차와 관련한 사업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였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이탈리아의 완성차그룹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지주사인 엑소르의 사외이사를 역임하며 유럽 자동차 업계 인사들과 교류해왔고, 2015년 삼성전자에 전장사업팀을 꾸린데 이어 이듬해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해 자동차와 연관된 사업 모색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삼성SDI가 일찍이 독일 BMW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 배터리를 공급해오는 등 삼성은 지속적으로 자동차 업계와의 협업을 추진해왔다.
일각에서는 이번 팰리세이드 운전이 평소의 이 부회장식 경영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2015년 화학 사업의 한화 매각을 비롯해, 그룹의 업무용 전용 항공기의 대한항공 매각 등 철저히 실용주의 노선을 걸었다. 해외 출장도 전용기를 고집하지 않고, 항공편 일정만 맞다면 일반 민항기를 이용하고 있다. 수행원 없이 짐 가방만 꾸린 채 홀로 다닌다. 2015년 10월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이 부회장을 만난 한 재계 관계자는 “해외 공항에서 대한항공 수속 창구에 갔는데 바로 옆에서 이 부회장이 홀로 항공권 발권을 하고 있어 놀랐다”며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고 홀로 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 부회장은 석사, 박사 과정을 각각 마친 일본, 미국을 비롯한 세계를 누비면서 당시의 교우(校友)들과 격의 없이 교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모습에 비춰볼 때 향후 이 부회장이 주도해갈 삼성그룹 경영은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적인 모습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제2의 창업’으로 삼성의 세계화와 위상 강화에 집중했다면, 그 거대한 조직을 이끌 이 부회장은 삼성이 보다 국제 경쟁에 민첩하게 대처하도록 하는데 역량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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