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 대중화에 일조… “누구나 편하게 물 마시는 세상 만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9일 03시 00분


한일프라콘㈜

한일프라콘㈜ 천안 본사 공장.
한일프라콘㈜ 천안 본사 공장.
한규범 회장
한규범 회장
“국민의 물고픔, 그러니까 갈증을 해결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 있어서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한일프라콘㈜은 페트병을 대중화하는 데 크게 기여한 선구적 기업이다. 한규범 회장은 “우리가 이렇게 간편하게 휴대하면서 물을 마실 수 있게 된 시점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며 “페트병이 보급될 수 있도록 그동안 보이지 않는 노력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선 최초로 한일프라콘이 페트병이 널리 보급되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고 설명했다.

올림픽-월드컵 당시 선수 경기력 향상에 일조


한 회장은 누구나 간편하게 물을 들고 다니면서 마실 수 있게 된 데 대해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도 했다. 1988년 올림픽, 2002년 월드컵과 같은 큰 대형 글로벌 이벤트를 성공시키며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물병이 큰 일조를 했다고 말했다. 물병이 제대로 공급될 수 있도록 페트병 공급 업체로서 최선을 다해왔다는 것이다.

페트병이 바꾼 세상을 두고 그는 “고려 말 문익점 선생이 붓통 속에 담아온 목화씨처럼 작지만 큰 변화를 일군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여 말했다. “우리가 100세 시대를 사는 것도 그냥 그렇게 된 게 아닙니다. 페트 생수병이 나온 덕분에 우리 몸의 70∼80%를 유지하는 수분을 더 쉽게 유지할 수 있게 됐는데, 이런 변화가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죠.”

이전만 하더라도 수명이 40, 50대를 넘기기도 쉽지 않았는데 배고픔과 물고픔(갈증)을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건강과 수명 자체가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 과정에서 페트병 덕분에 물을 쉽게 마실 수 있게 된 것도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페트병이라는 간편하고 값싸고 위생적인 용기 덕분에 물을 더 쉽게 옮길 수 있게 됐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페트병은 가볍고 투명하고 미려하며 저렴한 가격에 공급 가능한 점이 특징으로 언제 어디서나 물을 마실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페트병 개발에서 자부심을 느끼는 이유다.

한 회장은 페트병의 핵심 기술은 프리폼이라고 설명했다. 시험관같이 생긴 1차 성형품을 만든 후 튼튼한 마개를 닫게 하기 위해 물병 목 아래 부분만 이축연신 하는 동시에 고압 컴프레서로 성형을 완성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얇은 두께의 병을 유지하며 동시에 예쁜 디자인을 가해 굴곡을 줘 강도를 확보한다.

이 페트병을 만들게 된 사연이 흥미롭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창업주가 경쟁업체 때문에 고심하는 모습에서 한 회장은 페트병에 대한 아이디어를 착안했다고 말했다. “새 사업을 벌이는 대기업 창업주에게 ‘기존 방법과 똑같은 방식을 답습하다가는 선두업체에 밀려 또 한 번의 한이 맺히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뭔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어필해 설득했죠.”

국내 최초 페트병 식용유 용기 만들어


1979년 세계은행(IBRD) 차관에 의한 시설 도입으로 사업을 시작한 한일프라콘은 국내 최초의 페트병 식용유 용기를 만들면서 사업의 성장 기반을 닦았다. 한 회장은 “페트용기 탄생은 인간이 건강한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한일프라콘이 국내 최초로 식품 관련 페트병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지만 중소기업 고유 업종이었던 페트병 제조가 1984년에 법안 개정으로 고유 업종 해지가 되고 대기업의 막대한 자본 탓에 고전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한 회장은 “지금 와서 해당 법을 고칠 수는 없겠지만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상생방안을 끊임없이 찾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들어서 페트병에 대한 오해 때문에 그는 걱정이 많다. 한 회장은 페트병은 흔히 재활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적이 있었으나 이는 잘못된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충분히 재활용 가능하며 중국 등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섬유로 재활용되는 등 친환경 재료”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 회장은 페트용기협회장을 10년 넘게 이끌어오며 환경부와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는 등 페트병 재활용을 통한 친환경에 앞장서왔다. 페트병 압축설비를 직접 만들어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업계에서 한일프라콘은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더 높은 기업으로 평가된다.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춘 가운데 변화를 추진해 나가고 있어서다. 이는 LG생활건강, 삼성전기, CJ, 중외제약, 샘표, 동원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굴지의 대기업들과 수십 년간 거래하면서 쌓은 탄탄한 신뢰 덕분에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신뢰’를 첫 번째 경영철학으로 꼽은 한 회장은 “페트병 산업을 만들어내며 최초라는 타이틀로 안주할 수 있었지만 끊임없이 연구개발에 몰두하며 초심을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에도 기술혁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중소벤쳐기업#기업#산업#한일프라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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