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도 금융자산 10억 원이 넘는 한국 부자 3명 중 2명은 타격을 입지 않거나 오히려 소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이후 집값이 오르면서 부자들의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다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8일 발간한 ‘2020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의 부자는 전년 대비 9.6% 늘어난 35만4000명으로 조사됐다. 10년 전인 2010년(16만 명)의 2.2배 규모로 세계 평균(1.8배)보다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부자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은 얼마일까. KB금융이 올해 7∼8월 부자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중간값은 70억 원, 평균값은 100억 원이었다. 2010년 응답(중간값 50억 원)의 1.4배로 오른 셈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부자들은 총자산이 60억 원 이상, 부동산 자산 기준 40억 원 이상일 때 부자임을 자각한다”고 설명했다.
부자들의 총자산 중 부동산 자산은 56.6%를 차지했다. 2013년 이후 부동산 비중이 줄어들다 집값이 상승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다시 높아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부자들이 갖고 있는 총자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거주 주택(26.1%)이었다.
하지만 벤처 기업인 등 젊은 부자들이 등장하면서 주로 부동산으로 돈을 모아왔던 한국 부자들의 ‘부의 공식’ 역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자들은 부의 원천으로 부동산 투자(25.5%)보다 ‘사업 수익’(37.5%)을 더 많이 꼽았다. 2011년 조사에서는 부동산 투자(45.8%), 사업 수익(28.4%) 순이었다. 보고서는 “2010년대 벤처와 스타트업 붐에 따른 성공으로 부의 원천이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50억 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부자의 23.7%는 부의 원천으로 상속과 증여를 꼽았다. 고액 자산가의 경우 10년 전(10.5%)보다 증여나 상속을 부의 원천으로 꼽은 응답이 많이 늘어난 것이다.
부자의 93.2%는 현재 자녀나 배우자 등에게 상속과 증여를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손자와 손녀에게 상속이나 증여를 하겠다는 응답이 10년 전 9.2%에서 올해 31.8%로 크게 증가했다. 부자들이 일찍부터 부를 이전하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40대 이하 젊은 부자들은 재산 일부를 기부하겠다는 응답 비중이 9.5%로 나타나 50대(4.7%), 60대 이상(7.4%)보다 높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득 감소를 경험했다고 밝힌 부자들은 30.5%였다. 또 전체 응답자의 27.5%가 자산가치가 하락했다고 밝혔다. 10명 중 7명은 소득이나 자산이 줄지 않았다는 뜻이다. 금융자산이 많을수록 소득 감소율이 적었다. 황원경 KB금융 경영연구소 부장은 “금융자산이 많은 부자일수록 저축과 투자를 줄여(30억 원 이상 보유자 72.7% 응답)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설명했다. 부자들은 장기적으로 수익이 예상되는 유망한 금융 투자처로 ‘주식’(61.6% 응답)을 꼽았다.
KB금융 경영연구소는 한국의 부자들이 부를 늘린 동력으로 △연평균 7300만 원, 월 600만 원 이상의 저축 여력 △총자산의 평균 11.4% 정도에 이르는 부채 활용 △최소 5억 원 정도의 종잣돈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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