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이끈 재계 ‘거목’ 고(故) 이건희 회장이 6년간의 투병끝에 향년 78세를 일기로 영면에 든 다음날, 전 세계 30만여명의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최대 실적 ‘신기록’으로 화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 같은 전대미문의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삼성전자가 분기 기준 약 67조원의 매출의 신기원을 작성한 것이다. 반도체, 가전, 스마트폰 등 이 회장이 심어놓은 삼성전자의 핵심 먹거리 3인방 모두가 선전한 효과다.
삼성전자는 연결기준으로 3분기 매출액이 66조964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직전 분기보다 26.43% 증가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2017년 4분기 매출 65조9800억원을 넘어선 역대 분기 기준 최고 기록이다. 3분기 영업이익은 12조35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8.8%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2018년 4분기 이후 2년여만에 분기 영업이익 10조원대에 진입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전세계적으로 지난 3분기에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상황에서도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한 데 주목하고 있다. 매출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제품과 서비스 판매가 확대돼 ‘외형적 성장’을 이뤘다는 의미다.
유통, 항공, 자동차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실적 악화와 구조조정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것과 대조적으로 삼성전자는 오히려 분기 최대 매출 기록까지 달성하며 위기를 기회로 삼는 ‘전화위복’의 표본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8월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반도체 사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일각의 전망과 달리 막바지 ‘사재기’ 효과가 더해지며 반도체 부문에서 수요가 뒷받침된 것도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재계에선 지난 28일 영결식을 끝으로 영면에 들어간 고 이건희 회장에게 화답하듯 삼성전자가 호실적을 기록한 것에도 새삼 관심이 모아진다.
그도 그럴것이 올 3분기 매출 증대의 배경으로 꼽히는 스마트폰(IM), 반도체(DS), 가전(CE) 등 삼성전자의 3대 핵심 먹거리는 모두 이건희 회장 시절 뿌리내려 지금껏 확고히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영결식 이후 서울 한남동 자택을 지나 장지인 수원 가족 선영을 가기 전 이 회장이 ‘마지막 출근지’로 들른 곳도 평소 많은 애착을 가졌던 삼성 반도체 사업의 상징과도 같은 화성캠퍼스였던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당시 화성캠퍼스에 이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등 유족을 태운 운구 행렬이 도착할 때 현장에 운집한 수천여명의 임직원들은 저마다 국화를 들고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화성캠퍼스엔 ‘회장님의 발자취를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회장님의 뜻을 받들어 초일류 삼성전자의 이름이 더욱 빛나게 하겠습니다’ 등의 현수막이 걸렸다.
평소 ‘인재 중시’외 ‘기술 경영’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던 이 회장의 가르침을 받은 전 세계 30만여명의 삼성전자 임직원들도 이날 보란듯이 ‘역대 최대 매출’이라는 성적표로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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