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로 예정된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확대를 유예하겠다는 당론을 밝혔지만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까지 나서 대주주 요건의 재조정 의사를 밝혔지만 당정이 또다시 엇박자 행보를 보이면서 이른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고 내년 4월로 예정된 주식 대주주 요건 확대 시행을 유예하기로 당론을 모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대주주 요건을)유예하는 것으로 가닥히 잡혔고 발표만 남았다”며 “국민의 반대여론을 감안해야 한다는 당내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대주주 요건 확대에 따른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심해지면서 정권 심판론에 이어 조세저항이 우려되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재산세 증가와 대주주 확대에 따른 양도세 증가가 겹칠 경우 국민적 조세저항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당론을 모으는 데 기폭제가 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정부는 민주당의 이같은 당론에도 불구하고 대주주 3억원 시행을 기정사실화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당의 결정에 대한 기재부 입장을 묻는 질문에 “기존 입장에 전혀 변화는 없다”고 짧은 입장을 내놨다.
또다른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도 “당의 입장일 뿐 (기재부는)모르는 사항이다”고 관련 사실을 일축했다.
문제는 이처럼 당정이 반복적으로 엇갈린 의견을 내놓으면서 시장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2017 세법개정을 통해 내년 4월부터 주식 양도세 과세대상인 대주주의 요건을 가족합산 주식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혀 투자자들의 반발을 샀다. 정부는 가족합산 기준이 ‘현대판 연좌제’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개인별 1종목당 보유 주식으로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대주주 기준이 되는 3억원도 10억원으로 다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체 주식총액에서 주식 3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양도세 부담을 피해 연말 주식매도가 쏟아질 경우 주가하락 등 시장 변동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급기야 대주주 요건 확대에 반대하는 국민청원 글이 올라왔으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는 청원에는 20만명 이상이 동의하며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민주당까지 나서 정부에 대주주 요건 확대를 수정할 것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국회 심의를 거쳐 예정이 돼 있기 때문에 수정은 불가능하다고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주주 3억원 요건은 지난 번 말한 것처럼 2년 반 전에 이미 시행령이 개정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홍 부총리는 여야 위원들로부터 계속된 지적이 나오자 “국회서 논의할 때 정부도 머리를 맞대겠다”며 한 발 물어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