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에 주유소… 13층에 하늘정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일 03시 00분


GS칼텍스, 서울 역전주유소 땅에 식사-쇼핑도 하는 복합시설 착공
공유 오피스-택배 배송 서비스도… 모빌리티 진화 맞춰 다양한 시도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이 지난달 30일 ‘에너지플러스 서울로’ 착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GS칼텍스 제공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이 지난달 30일 ‘에너지플러스 서울로’ 착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GS칼텍스 제공
서울역 인근 빌딩숲이 들어서는 50년 가까이 나 홀로 단층으로 자리를 지켜온 주유소가 새롭게 태어난다. 2022년이 되면 이곳 1층에서는 자동차에 기름을 넣고 위층의 복합 쇼핑몰에선 식사를 하거나 쇼핑을 한다. 드론으로 택배를 보내거나 전기차를 대여하고, 전동용 킥보드를 충전할 수도 있다. GS칼텍스가 꿈꾸는 도심형 주유소 ‘에너지플러스 허브’의 모습이다.

GS칼텍스는 지난달 30일 서울역 인근 서울 중구 퇴계로에 있는 역전주유소 부지에 13층 규모의 상업용 복합시설 ‘에너지플러스 서울로’를 개발하기로 하고 착공식을 열었다. 이 건물에는 주유소와 공유 오피스, 택배 배송 서비스, 쇼핑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건물 2∼4층은 내부가 탁 트인 ‘도시거실’ 형태로 디자인해 건물 맞은편 ‘서울로7017’과 조화를 이루고, 13층 옥상에는 하늘정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착공식에서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미래를 선도하는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각 사업영역에서 발전적인 변화와 실질적인 성과를 이루기 위해, 또 오프라인 네트워크에서 고객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부지는 서울지하철 1·4호선과 공항철도, 경의중앙선, KTX서울역 등이 지나는 교통의 중심지다.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탈바꿈시킨 서울로7017 이용객을 비롯해 유동인구도 많다. 이처럼 뛰어난 입지와 상권에 자리한 도심 주유소들을 복합시설로 개발해 석유제품을 판매하면서 부동산으로서의 상업적 가치도 극대화한다는 게 GS칼텍스의 계획이다.

GS칼텍스의 이러한 시도는 모빌리티 환경의 변화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결과다. 내연기관 차량의 비중이 줄고 가격 경쟁 등으로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주유소 공간을 새롭게 창출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유소가 짧은 시간 동안 자동차에 기름만 채우고 떠나는 곳이었다면 전기차, 수소차가 등장하면서 충전 시간은 길어지고 주유소에 머무는 시간도 늘어나고 있다. 접근성이 높은 도심 주유소를 잘 활용하면 주유와 충전은 물론이고 물류, 쇼핑 등 다양한 서비스의 복합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여기서 나왔다.

이에 따라 GS칼텍스는 주유소의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왔다. 전기차를 주유소에서 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고객 편의를 위한 서비스들을 체계적으로 갖춰 나가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 가장 많은 46기의 100kW(킬로와트) 전기차 급속충전기를 2022년까지 160기로 늘릴 계획이다.

5월에는 휘발유와 경유, 액화천연가스(LPG), 전기, 수소 등 차량에 들어가는 모든 에너지원을 충전할 수 있는 종합 충전소가 서울 시내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최근에는 전남 여수에서 바닷길 건너 0.9km 거리의 섬으로 드론과 로봇을 이용해 배송하는 자율 택배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수요 증가와 모빌리티 환경 변화에 대응해 주유소를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점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주유소#하늘정원#gs칼텍스#허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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