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 입주한 소상공인은 울화통”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4일 03시 00분


전경련 150개 마트 임대매장 조사
“의무휴업으로 매출 피해” 87%
“규제 뒤 10~20% 감소” 36%
유동인구 줄어 주변상권도 피해

“알바생(아르바이트 직원) 한 명 더 쓰지 않았을까요, 의무휴업이 없었으면….”

6년째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점주 김모 씨는 “가뜩이나 코로나로 힘든데 매달 두 번씩 일요일에 매장을 닫을 때마다 손님이 가득한 다른 커피전문점을 보면 화가 난다. 같은 소상공인인데 대형마트에 입주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시작되면서 애꿎은 소상공인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3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서울·경기지역 150개 대형마트 내 임대매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중 86.6%가 월 2회 주말 의무휴업, 심야영업 금지 등의 영업규제로 매출액 감소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답했다.

2012년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 규제 후 전과 비교해 매출액이 10∼20% 감소한다는 응답이 36%로 가장 높았고, 0∼10% 감소(27.3%), 20∼30% 감소(23.3%)가 뒤를 이었다. 응답자 중 98.7%가 상시 근무 종업원 수가 5인 미만인 소상공인이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해 하반기(7∼12월) 매출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사 결과 10곳 중 9곳(90.6%)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국내 소비 침체 등 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하반기 매출 감소에 따른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일상경비 축소가 54.4%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이어 종업원 해고(32.2%), 임금 축소(7.8%), 휴업(5.1%) 등의 순서를 보였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 실장은 “대부분이 소상공인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대형마트내 임대매장이 대형마트에 입점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변 상가의 소상공인들에 비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폐지하고, 의무휴업일에 해당 점포를 물류기지로 활용한 전자상거래를 허용하는 등 오프라인 매장인 대형마트의 영업규제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휴일 의무휴업 규제를 백화점과 면세점, 복합쇼핑몰 등으로 확대하려는 여당의 법 개정안에 대해 일부 소상공인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전체의 90% 이상이 10인 미만의 소상공인으로 이뤄진 패션산업협회는 “복합쇼핑몰까지 의무휴업하면 패션 분야 소상공인이 직격탄을 맞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휴일 의무휴업이 대형마트 내에 입주한 점주뿐만 아니라 주변 소상공인의 매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한국유통학회의 ‘유통규제 10년 평가 및 상생방안’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 1개 점포 폐점 후 반경 1km 이내 주변 상권 매출은 4.82%, 1∼2km 거리에선 2.8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대형마트가 1개 폐점하면 약 285억 원의 매출이 줄어드는 꼴이다. 마트가 문을 닫으면 지역 유동인구가 줄면서 근처 소상공인까지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다.

황태호 taeho@donga.com·서동일 기자
#대형마트#의무휴업#소상공인#울화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