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하면 바뀐다”…동학개미들 “대주주 10억이어 다음은 전면과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4일 18시 08분



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을 물리는 대주주 기준이 결국 현행 10억 원 유지로 마무리되자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과 증권업계는 크게 환영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선례로 인해 자칫 2023년부터 본격화할 양도소득세 전면 과세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일각에서는 선거 등을 의식한 여권의 정략적 이해에 맞춰 금융과세 정책이 오락가락한 탓에 조세 저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주식 양도세 전면 과세도 빨간불

4일 증권업계에서는 정부가 주식 양도세 대주주 과세 기준을 3억 원으로 낮추는 계획을 철회하자 증시 불안정성이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행 유지 결정으로 개인투자자의 매도 압력이 완화되고 12월 수급 부담을 줄여줄 것”이라고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국회에 출석해 “금융시장만 놓고 보면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3억 원 하향’을 강력하게 고수했던 기획재정부는 이번 결정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정책 철회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2023년 주식 양도세 전면 과세도 장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3년부터 모든 투자자에 대해 주식, 채권, 펀드 등에서 얻은 이익을 합산해 금융투자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국내 주식에 대해선 5000만 원 이상 차익에 양도세를 매길 방침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있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어차피 2023년부터 대주주 요건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는데 굳이 2년 동안 시장 혼란을 초래할 필요가 없다”며 현행 유지를 주장했다. 정부는 정책 신뢰성과 과세 형평성을 내세워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맞섰다. 당시 기재부 관계자는 “3억 원 강화 방침에서 정부가 물러서면 2023년 전면 과세 때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잘못된 시그널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책을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반발하면 바뀐다” 학습효과에 부작용 우려

정부의 우려대로 10억 원 유지 방침이 결정된 직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다음 타깃은 전면 과세”라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 투자자는 “2023년 도입되는 주식 양도세가 더 큰 문제”라며 “입법화되기 전에 폐지에 주력하자”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투자자도 “본 게임은 2023년 양도세”라며 “장기 보유 혜택을 새로 만드는 등 개미들의 의견을 반영해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대주주 요건의 가족 합산 규정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대주주 여부를 결정할 때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 부모, 자녀 등 가족과 합산해 보유금액을 따져 ‘현대판 연좌제’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는 내년부터 3억 원으로 금액 기준을 낮추는 대신 가족 합산 규정을 개인 합산으로 바꾸려고 했지만 현행 유지로 결론이 난 만큼 가족 합산은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10억 원 기준을 그대로 둔 채 가족 합산만 없애면 지금보다 과세 대상이 훨씬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불합리한 규정이라며 계속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학개미들의 반발에 정책을 두 차례나 수정한 학습효과로 조세 저항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봤다. 6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때도 정부는 국내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2000만 원만 공제한다고 발표한 뒤 반발이 커지자 결국 5000만 원으로 늘렸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앞으로 정부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세종=주애진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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