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개표 결과 경합주로 꼽혔던 애리조나주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승리했다.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싹쓸이한 경합주 6곳 가운데 이번 대선에서 현재까진 바이든 후보가 유일하게 이긴 곳이 애리조나다. ‘매케인 효과’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4일 오후 7시 반(한국 시간) 현재 애리조나에서 바이든 후보가 51.8%의 득표율로 트럼프 대통령(46.8%)을 앞서고 있다. AP통신과 폭스뉴스 등은 ‘바이든 후보가 승리했다’고 분류했다. 애리조나는 2016년 대선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48.1%를 얻어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44.6%)를 3.5%포인트 차로 이겼던 곳이다.
미 언론들은 바이든 후보의 애리조나 선전에 고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에 대한 추모 열풍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8월 뇌종양으로 숨진 매케인 전 의원은 무려 36년간 애리조나에서 상·하원 의원을 지냈다. 베트남전쟁 영웅인 그는 2008년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할 만큼 공화당 내 주류였다. 매케인 전 의원은 생전에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차례 충돌하며 ‘반(反)트럼프 성향’을 보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매케인이 숨진 뒤 추모 성명조차 내지 않았다.
그러나 매케인 전 의원은 바이든 후보와는 당적을 초월한 우정을 이어왔다. 그는 2016년 병마와 싸울 때 바이든 후보에게 대선 출마를 권했고, 부인 신디 여사는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며 9월 인수팀 자문위원회에 합류하기도 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애리조나 유권자들은 당적을 불문하고 매케인에 대한 충성심을 갖고 있다”며 “애리조나 공화당 지지자들은 매케인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에 소외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애리조나에서의 ‘매케인 향수’가 바이든 후보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애리조나의 인구 분포 변화도 바이든 후보가 선전한 배경으로 꼽힌다. 애리조나는 1952년 이후 줄곧 공화당 텃밭이었지만 최근 히스패닉 인구가 급증하면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해졌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이 지역 히스패닉계 인구는 1990년대 68만8333명이었지만 2000년 129만5617명, 2010년 189만5149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의 경우 백인 82.6%, 히스패닉 31.7%, 흑인 5.2%, 아시아계 3.7%의 인종 비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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