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에 정부가 푼 돈, 최근 집값 밀어 올렸다”

  • 뉴시스
  • 입력 2020년 11월 9일 12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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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통화 공급 확대 정책의 파급 효과' 분석
집값, 통화 공급 는 뒤 4분기 동안 0.9% 상승
"짒값 오르는 속도, 전체 지표 대비 2배 빨라"
통화 공급, '제조업 생산 증대' 효과는 유의미
"당분간 확장 유지, 개선 늦으면 더 강화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편 통화 공급 확대 정책이 집값을 단기적으로 급상승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통화 공급이 증가할 때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큰 폭으로 올랐다”고 밝혔다. 제조업·서비스업 등 경제 전체의 산출물 가격이 얼마나 상승했는지를 파악하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 대비 주택 가격 지표의 변동 폭이 단기적으로 더 컸다는 얘기다.

정 위원에 따르면 통화 공급 충격으로 통화량이 1.0% 증가했을 때 GDP 디플레이터는 8분기에 걸쳐 0.5% 오르는 데 그친 반면, 주택 가격은 4분기 동안 0.9%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정 위원은 “주택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GDP 디플레이터보다 2배가량 빨랐다”면서 “이는 주택 시장은 실물 경제 부문과 달리 공급이 탄력적으로 반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이렇게 상승한 집값은 중장기적으로 소폭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 위원은 “주택 가격은 통화 공급 증가에 단기적으로 반응했다가 소폭 내려가는 현상이 과거 사례를 바탕으로 실증 분석한 결과 나타났다”고 했다. 실제로 주택 가격은 통화 공급 충격 발생 이후 3분기까지 급등하다가 5분기를 정점으로 8분기까지 완만하게 떨어졌다.

반면 초반 2분기까지는 상승률이 0%에 가까웠던 GDP 디플레이터는 8분기까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런 현상을 막으려면 주택 공급을 막는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정 위원은 “통화량이 늘어나는 만큼 생산이 함께 증가하기 힘든 부문에서는 가격이 (오르는 형태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통화 공급을 늘렸을 때 생산도 늘리려면 규제를 완화해 공급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주가지수의 경우 주택 가격과 달리 통화 공급 확대에 유의미한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 위원은 “통화 공급 확대에 따른 주식 시장 반응 폭은 크게 나타났지만, 주가지수에 미친 영향에는 0이라는 숫자도 포함돼있다”면서 “주식 시장은 가격의 변동성이 커도 주가 자체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부분은 작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고 했다.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통화 공급 증가는 2~3분기의 시차를 두고 제조업에 유의미한 생산 증대 효과를 나타냈지만, 서비스업에는 그렇지 않았다. 정 위원은 “제조업에서는 단기에 생산이 증가했으나 서비스업의 경우 유의미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이는 제조업의 공급의 가격 탄력성이 서비스업보다 높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했다.

정 위원은 이어 “서비스업은 재고 관리가 어렵고, 제조업 대비 자본 집약도가 낮아 기존 설비의 가동률을 높이는 형태로 공급을 확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단, 이 연구 기간에는 코로나19라는 특이 요인이 있어 “통화 공급 증가가 서비스업 생산 증대를 불러오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정 위원은 덧붙였다.

일정 기간 시차는 있지만, 통화 공급 증가 정책이 생산을 늘리는 효과가 있으므로 지금의 확장 기조는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정 위원은 “거시 경제 정책의 생산 증대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차가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해 당분간은 현재의 확장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 개선 속도가 예상에 못 미치면 더 강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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